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규직 전환 과정 공개 여부를 두고 국립중앙박물관이 내홍을 겪고 있다.
31일 복수의 기간제 직원들은 "박물관 측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한 전환 현황을 알리지 않아 매일 불안에 떤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월 20일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기관과 노동자 간 갈등이 깊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공공기관은 지난 9일까지 비정규직 고용 상황 실태를 조사하고 25일까지 전환 인원·규모·예산 등을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시스템'에 입력 해야한다.
이때 입력 내용은 확정 또는 잠정치로, 이후에도 노동부 등을 통해 수정할 수 있다.
또한 각 기관이 내외부 전문가로 꾸린 전환심의위원회가 현장 실태조사 등을 통해 기간제 직원의 의견 수렴과 소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심의위는 내·외부 전문가 6~10명으로 절반씩 구성된다.
이렇게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기간제 노동자는 정부가 9월 발표할 로드맵에 따라 전환조치된다.
다만 새 직급 설계 등 사정이 있으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완료 조치해야한다.
기간제 노동자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박물관이 ▲전환심의위 명단 ▲현장 의견 수렴 내용 ▲기간제 노동자 수 ▲정규직 전환자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물관에서 기간제로 일하는 A씨는 "정규직 전환 규모를 알 수 없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규직 전환 잠정치 입력이 끝나고 로드맵 마련을 앞둔 상황에서 생계 문제를 알지 못해 불안하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특히 가이드라인에 나온 심의위 외부 인사 가운데 '노동계 추천인사'가 포함되는지 여부도 알 수 없어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물관 측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가이드라인에 해당 사항을 공개하라는 내용도 없는데다, 인력과 시간도 부족해 정부가 준 일정을 따라가기도 버겁다는 입장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의견 수렴하고 심의위를 거친 뒤 잠정치를 정해야 한다"면서도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25일에 잠정치도 힘들게 낸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비정규직 업무 담당자가 없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와 혼자 업무를 맡은 상황"이라며 "의견 청취한다며 그냥 모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떤 의견을 물을지도 정해지지 않아서 곧 여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잠정치는 확정과 거리가 멀고, 심의위 회의와 현장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준비한다는 설명이다.
심의위 명단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 묻는 절차를 밟으려 한다"며 "개인정보여서 본인 이름 공개에 대한 의견도 여쭤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이같은 갈등의 원인으로 가이드라인의 모호성을 꼽는다. 정진희 공공연대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사무국장은 "가이드라인에 '다양한 의견수렴' '~등의 형태로 가능' 같은 표현이 있어 강제성이 약하다"며 "25일 고용개선 시스템에 노사협의 진행현황도 입력했어야 하는데, 의견 수렴은 어떻게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검토중인 내용을 공개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므로,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일정을) 대부분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어서 다시 변경하면 더 문제"라며 "검토중인 자료가 공개됐다가 나중에 바뀌면 기간제 직원도 혼란스럽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