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심리전단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7형사부(재판장 김대웅)는 30일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원 전 원장에 대해 "국민 여론 통제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며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과 같은 형량이다.
같은 혐의를 받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민 전 단장과 이 전 차장을 거쳐 사이버팀 활동을 보고받으며 심리전단에 직접 지시내렸다고 판단했다.
이 전 차장에 대해서는 민 전 단장으로부터 사이버팀 활동사항을 수시로 보고받고, 이를 원 전 원장에 재차 보고하는 등 사이버팀과의 공모관계가 있다고 봤다.
민 전 단장 역시 사이버팀 활동을 승인하고 이 전 차장과 원 전 원장에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을 향해 "국민과 역사 앞에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있다"며 "직원 개인 잘못으로 돌리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이 없었다"고 일갈했다.
재판부는 사이버팀이 안보 문제를 넘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입장을 지지하는 글을 게시한 점 등을 들어 이들의 정치관여(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또 사이버팀이 여당과 소속 후보자를 노골적으로 옹호한 반면, 민주당과 소속 후보 등을 반대하고 비방한 사실도 명백해 선거운동(선거법 위반) 혐의도 인정했다.
이밖에도 ▲원 전 원장이 전부서장회의에서 수차례 선거관련 발언을 하면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점 ▲국정원이 만든 청와대 보고서에는 평소 국정원이 각종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목표로 여론조사와 선거대책 수립 활동 등을 한 내용이 담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세 사람이 취임 전 인사청문회 준비와 국정원 업무보고 등을 통해 사이버팀의 활동 내용을 인식했다고 판단해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원 전 원장 주도로 국정원 사이버팀 안에 트위터 활동을 전담하는 '안보5팀'이 만들어진 사실 등도 근거로 삼았다.
현행법상 국정원 직원이 정치에 관여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7년 이하 자격정지를 받게 된다.
재판부는 범행이 해당 법이 개정된 2014년 이전에 벌어진 점을 고려해 '5년 이하 징역에 5년 이하 자격정지' 조항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