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문화역 탐방] (27) '국내 거장들과 만난다' 우이선의 아트스테이션 '신설동역'
9월 2일 문을 여는 우이선(신설 경전철)의 신설동역은 서울시의 '문화철도 프로젝트'에 따라 '아트스테이션'으로 조성된 우이선 6개 역 중 하나다. 신설동역 역사 내에는 천경자, 이상원, 이용백, 원성원, 이명호, 정연두, 유근택 등 총 7인의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출입구를 지나면 바로 만나게 되는 천경자의 작품들은 '색채의 마술사 천경자의 여행, 그녀가 바라본 풍경들'을 주제로 원작을 본뜬 모작 형태로 총 13작품을 전시한다. 작가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제작된 모작들인데, 미국과 멕시코, 인도, 일본 등지의 풍경을 담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장대한 자연의 풍경에서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까지 여러 장면들을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남미와 인도 등지를 여행하며 현지에서 사용하는 강렬한 색채를 받아들였고, 이후 색에 대한 틀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색채를 구사하기도 했다. 작가에게 있어 여행이란 영감을 얻기 위한 영원한 탐사이자 끊임없이 자신을 정립해가는 수행의 연속이었고, 마치 바람처럼 전 세계를 타고 흘렀던 작가의 삶을 이제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비춰볼 수 있다.
나머지 6인의 작가들의 작품들은 '와이드컬러전'이라는 이름으로 역사 내 공간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천경자의 작품과 가까운 순서대로 살펴보면, 유근택의 작품 '여행'은 월드컵공원의 호수와 숲과 물에 비친 대칭의 풍경을 통해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전혀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낯선 체험을 시민들에게 선사하는 작품이다.
이명호의 '신기루 #4'는 황량한 사막 저 멀리에서 넘실거리는 바다 혹은 오아시스와도 같은 신기루를 담고 있다. 그는 '예술-행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여러 개의 연작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예술의 본질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신기루 연작의 하나로 자연의 온전한 모습을 '재현'하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정연두의 '상록타워'는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아파트의 이름이다. 우리는 나와 똑같은 구조 속에 살아가는 이웃을 잘 모른다. 작가는 어느날 '예술가가 무료로 가족 사진을 찍어드립니다'라고 적은 전단지를 들고 이웃을 찾아간다. 이 작품은 동일한 구조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한국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담고 있다.
원성원의 '집착의 방주'는 인간의 성격심리 중 집착을 묘사한 작품이다. 땅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서 욕심으로 쌓아올린 여러 집들이 위태롭게 배 위에 쌓인 채 표류 중이다. 여러 나라에서 수집된 집들은 헐겁게 묶인 채 하나라도 잃지 않으려는 갈매기가 주변을 지키고 있다. 집이라는 대상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사진을 콜라주하는 작업으로 갱인과 사회의 정신상태를 심층 심리학적으로 건드리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 작품도 '캐릭터 에피소드 1'시리즈의 하나다.
이용백의 작품은 '천사-군인' 시리즈의 하나다. '천사-군인' 시리즈는 비디오 영사, 사진, 오브제 설치 등 다양한 매체들로 제작된다. 이 시리즈는 다른 사물은 일체 없이 오직 화려한 인조꽃들로만 채워져 있는 인공적 공간을 보여주는데, 그러한 인공적 공간 속에서 꽃 무늬로 완벽하게 위장하고 총을 든 채 살금살금 전진하는 군인의 동작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를 오가며 전쟁을 수행하는 오늘날의 디지털전쟁과 사이버산업의 스산한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이상원의 '군중'은 공원에서 공연 관람을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의 풍경을 공중에서 바라본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는 2004년 이후 시행된 주 5일 근무제가 한국사회가 정착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수영장, 스키장, 공원과 같은 인공휴양지에 모여 있는 현대인들의 풍경을 그려왔다. 그는 개별적인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면서도 대량화, 대중화, 정형화되고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여가풍경들이 우리가 살아갈 사회의 큰 특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들은 이러한 풍경들 속에서 일정한 규칙성을 찾아 마치 패턴처럼 보이는 그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