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 전 장관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공판에서 국민연금공단에 두 회사 합병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증인은 자신의 형사 책임과 관련 있는 질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문 전 장관의 이날 증언은 관련 혐의로 진행중인 자신의 항소심에 일관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은 SK-SK C&C 합병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토의에 부침)된 반면, 같은 성격을 가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투자위원회에 부의된 점을 들어 문 전 장관을 압박했다.
앞서 문 전 장관은 2015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에서 다루고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지난 6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문 전 장관은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검찰은 2015년 6월 24일 전문위에서 의결된 SK-SK C&C 합병 반대 결의 문건을 내놨다.
여기에는 'SK와 SK C&C의 합병 취지는 동의하지만, 시너지 판단이 어렵고 일부 주주가치 훼손 우려도 있어 반대 결정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검찰은 국민연금이 삼성과 SK 합병 구조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의결권 행사를 투자위원회가 아닌 자문위에서 심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문 전 장관은 "인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합병) 추진 절차 등이 일반적으로 장관에게까지 보고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앞서 조남권 연금공단 주무국장이 자신으로부터 삼성 합병 찬성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는 '부하 직원들이 장관에 알리지 않고 움직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이 "조 국장이 장관의 합병 찬성 지시에 따라 투자위에서 우선 결정하라고 했다는데, 증인의 지시 없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찾아가 이런 말을 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캐물었다.
문 전 장관은 "저는 기억이 없다"면서 "(삼성 합병을 반대한) 엘리엇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대화 중 암시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신문에서는 '당시 투자위와 전문위 진행 방법 자체를 몰라서 어떤 지시도 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