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량이 특검 구형의 절반에 못미치는 징역 5년으로 선고되면서, 일부 무죄 판단 근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 등 5명이 공모해 경영권 승계작업에 도움 받을 목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고 지난 2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 전 부회장의 범행에 가담한 인물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 황성수 전 대외협력담당 스포츠기획팀장(전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차장이다.
특검은 공소장을 통해 이들이 ▲정유라 씨 승마 지원 77억9735만원(약속금액 213억원) ▲미르재단 출연금 125억원 ▲K스포츠재단 출연금 79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 등 총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공여했다고 적시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삼성 돈으로 지급된 298억2535만원을 횡령으로 봤다.
특검이 이들에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이 부회장은 최씨에 대한 승마 지원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증언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이들의 뇌물공여 혐의 가운데 승마 지원을 일부 유죄로, 영재센터 후원을 전부 유죄로 보고 실형을 선고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스포츠기획팀장(전무)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은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재단 지원 부분은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국정수행 또는 정부시책의 실현에 협조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인에게 공익 목적의 단체에 출연을 요청할 경우, 그 기업인이 대통령 또는 특정인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요청이라고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도 고려돼야 한다"며 "피고인들이 최서원(최순실의 개명)의 사적 이익 추구 수단으로서 재단들을 설립하고 운영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전경련 '사회협력비 분담비율'에 따라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강압에 못이겨 대기업들이 재단에 출연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통령의 재단 지원 요구가 승마·영재센터 지원과 달리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 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 관계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날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뇌물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뇌물을 공여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에 대한 청탁의 대상이던 '승계작업'의 주체이자 승계작업 성공으로 인한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피고인은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와 영재센터에 대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 요구를 받은 당사자로서 대통령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