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보내준 '빈칸 후원금'을 장시호 씨가 불러주는 금액으로 채워 돌려보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직원이던 김소율 씨는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공판에서 삼성전자 측이 보내준 빈칸에 장씨가 말한 금액을 채운 뒤 5억여원을 후원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씨는 2015년 7월 장씨의 권유로 영재센터에 입사해 자금 관리와 기획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9월 추석을 앞두고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만나 영재센터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추석 연휴 이후 확인한 이메일에는 만남 당일 삼성 관계자가 보낸 후원계약서 초안이 들어있었다.
해당 이메일에는 '시간 절약을 위해 삼성에서 계약서를 작성했으니 보내준다' '통장 사본과 사업자등록증 사본, 후원요청 공문을 미팅 당일 퀵서비스로 발송해달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당시 후원계약서의 지원금액과 후원금액란은 모두 비어있었다.
김씨는 삼성이 마련한 빈칸을 장씨가 불러준 금액으로 채웠다고 증언했다.
이후 삼성 측과 5~6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은 김씨는 그해 10월 2일 삼성에 사단법인 인감이 날인된 계획서를 퀵서비스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삼성전자는 5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영재센터에 보냈다. 지난해 3월에는 2차 후원금 10억7800만원을 건넸다.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영재센터의 각종 사업계획서가 삼성의 후원을 염두에 둔 장씨 지시로 작성됐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영재센터에 입사하고 한 달이 지난 2015년 8월 중순부터 장씨로부터 해외전지훈련 관련 보고서 작성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장씨로부터 '네가 만든 보고서로 삼성에서 후원금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온라인 검색과 이규혁 전 전무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해 혼자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보고서 가운데에는 '동계스포츠 올림픽 대비 선수 양성 해외 전지훈련 예산 및 계획서'도 있었다.
이와 관련, 김씨는 "이규혁 전 전무가 준 자료도 있고 대략적으로 미리 맥시멈(최대치)을 정해주는대로 예산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예산을 7억원에 맞추라는 장씨의 지시로 총 예산액을 6억9800만원으로 기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