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가 삼성이 미르·K재단에 후원한 이유는 사업 내용이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김완표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청와대 지시를 받은 전령련 측으로부터 두 재단의 후원금을 내라는 요청을 받고 사업의 내용도 모른 채 출연금을 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전무는 2015년 8월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가 자신을 포함한 현대차, LG, SK 실무 임원 등 4대 그룹 실무진에게 두 재단을 위해 각 300억원을 모금해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전무는 당시 박 전무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문화재단과 체육재단을 위해 전경련에서 모금해달라고 했다며 이를 '대통령 강조사항'으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전무로부터 재단의 구체적인 규모나 설립일에 대해 듣지 못했음에도 이수형 전 미래실 기획팀장에게 보고한 이유가 청와대의 관심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보수 단체 지원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 증언에 따르면, 박 전무는 그해 10월 4대 그룹에 보수단체 지원을 위한 추경이 필요하고, 그룹별 할당도 정해졌으니 협조하라고 했다.
김 전 전무는 보수 단체 지원금으로 삼성은 5억원, SK는 2억6000만원 등 13억1000만원을 4개사가 부담하라는 내용이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재촉한 정황도 증언했다. 김 전 전무는 2015년 10월 하순 박 전무로부터 'VIP가 리커창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경제수석에게 재단 설립이 늦어지는 이유를 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무실도 없는 재단에 자금 집행을 서두른 이유 역시 대통령 관심사항이기 때문이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미르 재단 출연금은 박 전 대통령의 재촉 이후 5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삼성은 전자 60억원, 생명과 화재에 각각 25억원, 물산에 15억원을 배분해 총 125억원을 내기로 했다.
김 전 전무는 검찰이 미르재단에 사무실은 물론 구체적인 문건도 없었음에도 계열사들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아무래도 정부 주도여서"라고 답했다.
같은해 11월에는 K재단에 대한 300억원 모금요청이 이어졌다. 김 전 전무는 이때도 모금기획서나 관련 문건을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은 전경련 분담 비율에 따라 79억원을 K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김 전 전무는 삼성이 두 재단에 출연한 이후에는 재단에 개입하거나 관련 논의를 한 사실도 없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