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재단 박진배 경영본부장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4) '창조산업 발신지, 동대문 DDP' 서울디자인재단 박진배 경영본부장
동대문 DDP 옥상의 잔디언덕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모습은 유독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래로 흐르며 자연스럽게 거리와 이어지는 잔디 위를 걷다보면 위·아래 내·외부의 경계가 사라진듯한 독특한 건물 디자인만큼이나 독특한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만 같다.
"DDP의 비전은 창조산업의 발신지"라는 서울디자인재단(DDP 운영) 박진배(46) 경영본부장의 말이 절로 이해된다. 박 본부장은 옥상에 오르기 전 인터뷰에서 "DDP는 새로운 정보와 사람, 상품들이 퍼져나가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향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DDP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여 꿈꾸고(Dream), 창의적 생각을 실현하여 디자인하고(Design), 다양한 생활을 구현하여 누리는(Play)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상력으로 새 영역을 발견하는 창조산업 시대를 맞아 디자인으로 지식과 상상력을 융합하고 이를 실현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시작, 2014년 3월 박원순 현 서울시장 때 문을 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DDP는 미래의 디자인·창조산업을 체험하고 국제적으로 교류하는 세계 최초, 최고, 최대의 디자인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며 해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곳에서 전시를 연 샤넬의 큐레이터가 베이징, 도쿄, 서울 등을 두고 고민하다 DDP를 보고 서울로 정했다"며 "서울디자인재단의 이름으로 섭외하면 해외서 냉냉한 반응을 보이지만 DDP라는 이름으로 섭외하면 환영을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쿄패션위크 관계자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고 했다.
DDP의 역할과 위상은 지난 3년간의 기록이 여실히 보여준다. 2014년 전시 36, 아트페어 6, 포럼 15, 런칭쇼 6, 이벤트 30 등 총 93건. 2015년 전시 40, 아트페어 6, 포럼 22, 런칭쇼 4, 이벤트 80 등 총 152건. 2016년 전시 36, 아트페어 3, 포럼 31, 런칭쇼 6, 이벤트 24 등 총 100건. 자동차부터 패션까지 디자인 관련 행사들을 망라하고 있으며 샤넬·루이비통 등 행사 수준도 국제적이다.
이처럼 DDP는 3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국내외적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지만,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단순히 건축물만 잘 짓는다고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시설 자체가 좋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기관의 문화가 경직돼 있다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재단 출범 당시 1기 30여 명 중 유일한 건축가 출신 전문가로 DDP의 건축부터 현재까지 깊게 관여해 왔다.
현재 DDP 운영 핵심인력은 80명 가량이고, 시설관리·보안·미화 일을 맡는 인원은 200여 명 정도다. 박 본부장은 DDP를 DDP답게 만드는 데 있어 조직문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방대한 공간을 비교적 소수의 인원으로 관리해야 하는 200여 명의 복지에 관심이 많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이들 직원들의 휴게실은 그래서 호텔처럼 꾸며져 있다. 기자에게 내부를 직접 보여줄 정도로 휴게실은 다른 공간들만큼이나 DDP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동대문 DDP내 직원휴게실 화장실 /서울디자인재단
하지만 명품 휴게실과 명품 직원들만으로 DDP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시설을 안내하던 DDP 관계자는 "이 넓은 공간을 최소의 비용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DDP는 명품 디자인을 일상에서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술품이나 다름 없는 혹은 예술품 그 자체인 가구를 배치했다. 그런데 여기에 껌이 붙어있곤 한다는 것. 또 알루미늄 외장패널이 담배연기에 얼룩지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관리하는 분들이 이런 점을 가장 안타까워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