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인기, 허상인가? 홍콩서 세제혜택 사라지니 판매량 '제로'
홍콩에서 잘 나가던 테슬라의 전기차가 세제혜택이 사라지자마자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테슬라의 인기가 허상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1분기 전 세계적으로 2만5000대의 전기차를 판매, 분기 사상 최대의 매출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테슬라가 거대 자동차제조업체인 포드와 GM을 시가총액에서 제치는 '이변'을 연출하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런데 이같은 테슬라의 승승장구가 사실은 허상일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자동차업계의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홍콩에서 테슬라의 매출이 '제로'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홍콩은 테슬라의 무대가 됐던 곳이다.
홍콩 교통당국 공식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전기차의 등록대수는 4월 단 한 대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2월에는 3700대, 3월에는 2939대를 기록하며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견인했던 홍콩이었다. 원인은 단 하나, 홍콩 당국이 전기차의 등록세 면제를 4월 1일자로 폐지한 게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 홍콩에서 전기차 운동을 벌이고 있는 차지드홍콩의 설립자인 마크 웹 존슨은 "등록세 면제가 사라지며 홍콩에서의 전기차 구매에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홍콩 당국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그동안 새로 전기차를 등록할 경우 오랫동안 면세 혜택을 부여해왔다. 이 덕분에 아직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출시 전인 테슬라의 고가 전기차들은 홍콩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개인 차량의 증가로 도로 사정이 악화되자, 지난 2월 전기차에 대한 면세 혜택을 없애기로 하고 4월 1일자로 시행에 들어갔다. 오직 개인당 최초의 전기차 등록 시에만 1만2500 달러의 면세 혜택만을 남겼을 뿐이다.
그 결과 홍콩에서 테슬라의 고급세단인 모델S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이 이전 7만5000 달러에서 13만 달러로 크게 올랐고, 이로 인해 4월 한 달 아무도 테슬라의 전기차를 등록하지 않은 것이다. 홍콩에서는 차를 새로 구입해 도로에서 운행하려면 등록이 필수다. 따라서 테슬라 전기차의 등록이 없다는 것은 곧 테슬라 전기차를 아무도 구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홍콩은 비록 시장 규모는 작지만 자동차시장의 트렌드 세터로 불린다. 특히 인접한 중국 시장을 미리 가늠하는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테슬라는 세계 최대의 친환경차 시장인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달에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효과를 피하기 위해 상하이에 현지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현실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홍콩에서의 일로 테슬라의 중국 시장 공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컨설팅회사 오토퍼시픽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브 설리반은 "중국에서의 테슬라의 미래는 밝은 그림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테슬라의 승승장구는 각국 친환경정책에 힙입은 결과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홍콩에서의 일로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주 하락했고, 모델3를 앞두고 2분기 매출이 떨어지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