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확정받은 전현직 의원들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강기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 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범종 기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현직 의원들이 2심에서도 무죄를 인정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윤준)는 6일 "당시 국정원 직원이 스스로 주저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행위를 감금이라 보기 어렵다"며 강기정·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 측은 이들 의원들에게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35시간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감금한 혐의(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7월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경찰이 안전한 조치를 위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붙잡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의 집 앞에 상당한 경찰력이 배치된 점 ▲권은희 수사과장 등과 원활히 연락한 점 ▲실제로 경찰에게 안전 통로 확보 여부를 물었고, 경찰이 '전 직원을 동원해서라도 해줄테니 나올 것이냐'고 물어본 점 ▲매우 많은 기자가 복도에서 취재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경찰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해도, 피고인들이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강제로 막거나 붙잡았을 것이라고 추측이나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컴퓨터가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되기 전에 이를 확인하려는 목적에서 605호 앞 또는 주위에 대기했을 뿐, 나오지 못하게 막을 의도는 없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605호에 오래 머물수록 흔적이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 605호에서 대부분의 노트북 자료를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됐다"며 "이러한 사정으로 감금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밖으로 나올 때 주저할 수 있다 해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었다"며 "이는 국정원 심리전담반으로서 개입한 상황이 수사기관과 언론에 공개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해 스스로 주저했을 뿐이고, 이같이 주저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행위를 감금으로 보기 어렵다. 검사의 항소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1심은 강 전 의원 등이 사이버공간에서의 국정원 개입 활동을 의심해 김씨의 컴퓨터를 증거로 지목하고 경찰에 컴퓨터 제출하거나 출입문을 개방해 확인해 줄 것을 피해자와 경찰에 요구했을 뿐, 김씨를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감금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현 전 의원은 "12년 12월 11일 사건이 당시 대선 결과를 왜곡시켰다"며 "현재 법무부와 검찰에서 당시 제대로 수사하려던 이들이 외압 받은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판결이 국정원 개혁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며 "더 이상 정치 공작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