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시가총액·은행 순익 등은 이미 신한 추월…하나·우리도 맹추격, 은행권 경쟁심화 예고
은행권의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왔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리딩뱅크(Leading Bank)'를 향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각축전이다. 수 년 간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에 대한 KB의 맹추격이 이어지면서 2분기 선두 자리가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하나금융과 우리은행도 뒤좇고 있어 은행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2분기 실적 추정치 비교./에프앤가이드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7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1165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같은 기간 신한지주의 순이익 전망치를 앞지른 수치다.
반면 신한지주는 2분기 전년(7004억원) 대비 1.1%(80억원) 증가에 그친 7084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1년 만의 역전이다. 지난해 1분기 신한금융의 당기순익은 7877억원, KB금융은 5542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신한금융은 9971억원, KB금융은 8701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빠르게 격차를 좁혔다.
지주사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순익 규모만 따지면 이미 KB금융이 신한을 추월했다.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이 5749억원, KB국민은행이 3872억원으로 신한이 크게 앞섰다. 당시 국민은행은 KEB하나(4922억원), 우리(4117억원) 보다도 뒤쳐져 있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엔 국민은행의 순익이 6635억원으로 신한(5346억원)을 제치고 선두에 섰다.
주가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이날 KB금융의 주가는 5만7300원에, 신한금융은 4만9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작년 1분기만 해도 KB금융의 주가는 3만원 초반이었으나 올 들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신한금융은 4만원 초반에서 시작해 아직 5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29일엔 KB금융이 신한의 시가총액을 앞섰다. 이날 종가 기준 KB금융의 시가총액 24조1668억원으로 2010년 이후 7년 만에 신한금융(23조6626억원)을 추월했다.
업계에선 올 2분기 KB금융이 KB손해보험 완전자회사 편입과 KB손해보험, KB캐피탈 지분 증가 등에 따른 이익이 반영돼 우수한 성적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KB손보와 KB캐피탈 완전자회사에 따른 이익증가와 KB손보 지분 취득 시 발생한 염가매수차익 등으로 2008년 설립 이후 사상최대 분기 및 연간실적을 갱신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KB손보와 KB캐피탈 양사가 완전 자회사가 된 후 시너지 등 추가적인 실적개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딩뱅크를 향한 신한과 KB의 경쟁은 하반기에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 오는 2020년까지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자본시장(IB), 글로벌 사업 부문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은행과 금융투자 중심의 기업투자금융(CIB) 사업부문을 그룹&글로벌IB 사업부문으로 확장, 그룹의 자본시장 부문 손익 비중을 2020년까지 14%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모바일과 온라인 서비스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금융에 집중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추격도 눈여겨볼 만 하다. 2분기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4093억원,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3704억원으로 각각 9.0%포인트, 19.0%포인트 증가할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리딩뱅크 자리를 넘보긴 어렵지만 하나금융은 통합 시너지,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등의 이슈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5년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후 조직을 안정시키며 자산관리 분야와 글로벌 부분에서 수익창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내년 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아주캐피탈 지분 74.03%를 인수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