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안종범 전 경제수석 지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SK 최태원 회장 독대 '말씀자료'에 미르·K재단 출연 검토 내용을 넣었다고 증언했다.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은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공판에서 지난해 최 회장 면담 말씀자료에 두 재단 후원을 독려하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진술했다.
방 전 행정관은 2014년 안 전 수석이 '대통령께서 몇몇 대기업 총수에게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라고 당부하는 자리를 만들테니, 관련 기업 현황과 투자계획, 고용계획을 파악해 말씀자료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2010년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이같은 자료를 만든 적이 없어, 2014년 처음 말씀자료를 작성할 때 기업 현황 자료를 새로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방 전 행정관은 지난해 SK그룹에 대한 재단 출연 독려 내용을 안 전 수석 지시로 추가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제시한 지난해 2월 SK 단독 면담 말씀자료 목차는 ▲투자고용 확대 당부 ▲창조경제혁신센터 ▲기업 현안 검토 ▲미르·K재단 출연 검토 순으로 구성됐다.
방 전 행정관은 이 가운데 재단 출연 관련 내용은 경제수석실에 있던 자료로 작성됐고, 자신은 안 전 수석이 이같은 내용을 넣으라고 지시한 이유를 모른 채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검찰이 내놓은 SK 그룹 말씀자료에는 SK가 미르·K재단에 총 111억원을 출연한 사실이 적혀있었다. 참고자료에는 두 재단의 기업별 출연 현황이 표로 정리돼 있었다.
이보다 앞선 대기업 총수 면담 말씀자료에도 문화 관련 재단 후원에 나서달라는 내용을 추가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방 전 행정관은 2015년 7월 대기업 총수 단독면담 말씀자료에 ▲투자 고용 확대 당부 ▲창조경제 혁신센터 ▲동반성장 ▲기업 애로 사항 등을 넣었으나, 안 전 수석과의 공감을 통해 '출범 예정인 문화 재단 후원에 적극 참여하기 바란다'는 내용을 추가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한 대통령의 대기업 총수 면담 자료는 다른 말씀자료와 달리, 정책조정수석실이나 연설기록비서관실에 보내지 않고 경제수석에게 바로 보내 확정했다고도 증언했다.
한편, 오후 증언에 나선 윤인대 전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은 자신이 작성한 2015년 7월 삼성 말씀자료에 '현행 법령상 (삼성 승계에 대한) 정부의 도움이 제한적이지만,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 내에 승계 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한다'는 내용을 스스로 넣었다고 증언했다.
윤 전 행정관은 당시 말씀자료에 대한 청와대의 보안이 철저해, 언론 보도를 근거로 해당 내용을 적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