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교육정책 뇌관 된 외고·자사고 폐지 '주춤'
관련 학교와 학부모 등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문재인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이 첫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다.
외고·자사고 폐지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주목받아 온 28일 서울시교육청의 서울시내 5개 외고·자사고 재지정 평가결과는 당초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모두 탈락시켜 사실상 외고·자사고 폐지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5개 학교가 모두 평가를 통과한 것.
5개 학교는 지난 2015년 운영성과 평가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 '2년 지정취소 유예' 조치를 받았는데, 2년 동안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지속적 보완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지정취소 기준 점수인 60점을 모두 넘겼다.
이번에 재평가를 받은 5개 학교는 영훈국제중, 서울외국어고,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등이다. 영훈국제중은 서울시내 특성화중 3개 학교 중 하나, 서울외국어고는 서울시내 특수목적고 20개 학교 중 하나다. 또한 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등은 서울시내 23개 자사고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새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대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졌다.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의 추진 주역들이 일선 교육감(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거나 교육감 출신(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결과 발표를 앞두고 학교와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새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은 현장의 강한 반발로 인해 '신중 모드'로 돌아선 셈이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이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 실행 여부를 완전히 정부에게 넘긴 것도 이를 방증한다. 정부가 외고 및 자사고 등의 설립과 선발시기 등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일괄 개정해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를 한꺼번에 전환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서울시교육청은 제안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와 외고 등에 대한 제도적 존폐는 교육청의 평가 행위와 분리된 별도의 영역"이라며 "자사고와 외고 등을 하루아침에 일반고로 전환하도록 하기보다는 시행령 개정과 함께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연착륙' 조치가 필수이고 고교체제 전반의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을 위해 교육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