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입주한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물산
주요 제품 가격 하락으로 2분기 아쉬운 성적이 예상되는 롯데케미칼이 새로운 둥지에 자리를 잡고 하반기 분위기 전환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26일 롯데월드타워로 사옥을 이전한 롯데케미칼은 28일 말레이시아 자회사 LC타이탄에 대한 우리사주와 일반공모 청약을 마무리한다.
LC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이 2010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이다. LC타이탄 희망공모가는 총 59억2000만 링깃(약 1조5478억원)이어서 롯데케미칼은 이번 상장으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의 80% 이상을 인도네시아 100만톤 규모의 나프타 분해설비(NCC) 건설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LC타이탄은 인도네시아 탕그랑 지역에 45만톤 규모의 폴리에틸렌(PE)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는 에틸렌을 별도 매입해 설비를 가동했지만 NCC가 들어서면 자체 생산한 에틸렌을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일 88만 배럴을 생산하는 산유국이기에 NCC에서 필요로 하는 나프타를 조달하기도 용이하다. 인도네시아는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할 정도로 고성장하는 국가이지만 현지 NCC 생산능력이 86만 톤에 불과하고 다운스트림 생산설비 역시 미비하다. 때문에 석유화학제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LC타이탄이 NCC를 가동하면 수입 물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에서도 대규모 에탄분해설비(EC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ECC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설립된 롯데케미칼 미국법인에 출자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석유화학기업 액시올과 합작해 세운 롯데케미칼 미국법인은 총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연산 100만톤 규모의 ECC와 연산 70만톤 규모의 모노에틸렌글리콜(MEG) 공장을 짓고 있다. 셰일가스의 에탄을 활용해 ECC에서 생산한 에틸렌을 MEG 공장에서 에틸렌글리콜로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가 된다. 준공 목표는 2018년 2월이다.
롯데케미칼은 LC타이탄과 함께 총 12억7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를 출자했다. 나머지 비용은 금융권에서 차입한다는 방침이다. 생산되는 제품 가운데 에틸렌의 비중이 30~40%인 NCC에 비해 ECC는 생산 제품의 80% 가량이 에틸렌이기에 원가경쟁력이 높다. 또한 롯데케미칼이 ECC와 NCC를 동시에 보유하면 유가 변동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내 공장도 증설 작업에 있다. 지난해 12월 롯데케미칼은 연산 100만톤 규모인 여수 에틸렌 공장에 3000억원을 투자해 120만톤으로 증설키로 결정했다. 울산 메타자일렌 공장과 여수 폴리카보네이트 공장 증설도 추진한다.
국내 공장 증설과 미국 ECC 공장,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NCC, 우즈베키스탄 수르길에 조성한 ECC 등을 모두 합치면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18년 하반기 450만톤, 2020년 550만톤으로 늘어난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롯데케미칼의 구상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신사옥 입주를 마쳤고 LC타이탄 상장 준비, 미국 사업 등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어 직원들의 사기가 높다"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시황이 나쁘더라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