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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제약/의료/건강

개업의사 진짜 은퇴는 10년 뒤?…진료기록 보관의무 '맹점'

폐업한 의사들이 진료기록 보관 의무 때문에 '진짜 은퇴'를 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일로부터 10년 간 진료기록부를 보관해야 한다. 폐업을 할 경우 진료기록부를 보건소에 맡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건소는 공간 부족과 법적 문제를 이유로 이첩을 거부하고 있다. 이때문에 개업의는 은퇴 후에도 자료 분실 걱정에 '불안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 정부가 해당 기록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료 분실로 고소 당할까 불안"

오모(63)씨는 서울에서 산부인과 원장을 지내다 2014년 병원 문을 닫았다. 그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폐업할 때 진료기록부 등을 관할 보건소장에게 넘겨야 한다'는 의료법 제40조에 따라 지역 보건소에 진료 기록 보관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관상 어려움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할 수 없이 그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진료기록부를 보관하고 있다. 이때문에 경기도 양평에서 작은 농사로 노후를 보내려던 오씨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오씨는 "생각보다 힘들고 바빴다"며 "전화도 좀 멀리 두고 살고 싶은데, 가끔 보건소에서 그런 연락(환자 진료기록 요청)들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환자 수가 많은 진료과목은 상당히 애로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00평(661㎡)짜리 밭을 일구려던 오씨는 폐업 후 몇 달 간 일주일에 3~4번의 진료기록 열람 요청에 응해야 했다. 이후 한 주에 2차례 이상 열람을 요청받는 일이 지난 3년 내내 이어졌다.

그때마다 오씨는 창고에 있는 낡은 진료용 컴퓨터를 켜고 '업무의 연장'을 느껴야 했다.

환자들은 보통 보험 가입에 필요한 진료기록을 요구한다. 연락을 받은 의사는 팩스로 문서를 보내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우편을 이용한다.

환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산부인과 전문의라 해도, 10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오씨는 "지금도 혹시 몰라 창고에 컴퓨터를 보관하고 있다"며 "보관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 수도 있고, 환자가 요청할 때 자료 제공을 못하면 고소 당할수도 있다"고 불안해했다.

전자차트 프로그램이 설치된 낡은 컴퓨터를 8년째 보관하는 오씨는 진료기록 보관 때문에 소프트웨어 회사에 일정한 사용료를 납부해야 하는 점도 불만이다. 오씨가 이용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새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옮기는 비용으로 20만원을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실상 진짜 은퇴는 10년 뒤"라는 말도 나온다.

◆'복지부 보관시스템' 법적 근거 마련에 기대

관할 보건소에서는 진료기록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고, 환자 개인정보를 열람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A구 보건소 관계자는 "(공간을 차지하는) 종이 외에 전자문서도 받을수는 있지만, 문제는 우리가 열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의료법 제17조에 따르면,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 외에는 진단서·검안서·증명서·처방전을 환자에게 작성해주지 못한다.

보건소 측은 "진료기록부에는 환자 개인 정보가 있다"며 "보건소가 열람할 법적 근거가 구체화되지 않아, 가능하면 개설자 본인이 관리했으면 한다는 취지로 답한다"고 해명했다.

전자문서 열람은 법적 근거 때문에, 종이의 경우 방대한 자료와 분실 가능성 때문에 보건소가 진료기록부를 보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당국에선 국회에 계류중인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폐업 의료 기관이 많으니 보건소에선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폐업 병원의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서울 양천구 갑 당협위원장)이 지난 3월 13일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휴·폐업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 등이 체계적으로 보관·관리·열람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안이 통과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진료기록부 등 보관시스템'을 구축·운영해 휴·폐업 의료기관의 진료기록부 등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진료기록부가 보건소에 보관되지 않아 사문화된 '관할 보건소장 진료기록 이첩 의무'는 삭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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