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블랙리스트 업무를 비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정 전 차관은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공판에서 검찰이 관련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내놓자, '특정 예술인 지원 배제 업무를 비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였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검찰은 정 전 차관이 지난 3월 8일께 구치소에서 접견한 지인 김모 씨에게 '이미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처음부터 김기춘이 아닌 이병기를 비서실장으로 모셨으면 상황이 이렇게 됐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녹취록을 내놨다.
다만 정 전 차관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 모르게 독단적으로 블랙리스트 관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정 전 차관은 조윤선 전 장관으로부터 보수 예술인 지원 방안을 지시받았다는 증언도 내놨다.
그는 검찰이 강모 행정관의 2014년 11월 3일자 업무수첩에 적힌 '차세대 문화인 연대 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조 전 장관의 지원 지시 경위를 묻자 "(조 전 장관이) 문화예술계에 보수적 성향인 분이 굉장히 드문데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니 도움 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고 대답했다.
정 전 차관은 차세대 문화인 연대가 2014년 9월 14일께 영화 '다이빙벨' 상영 반대 성명을 낸 뒤, 다이빙벨을 저격하자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배포한 일이 조 전 장관 지시와 무관치 않아보인다는 검찰 측 지적에도 동의했다.
문체부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정하며 거짓 해명을 내놓은 이유는 뒷감당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증언도 이어졌다.
정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조 전 장관과 본인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사실이 보도되자,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라며 거짓 해명 자료를 내기 전에 대변인실과 조율했다고 진술했다.
문체부가 국정감사에서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정한 이유는, 이후 파장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소통 비서관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를 본 적이 없다고 거짓말한 경위에 대해 "파장이 굉장히 안 좋을 것 같아서 사실대로 전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부 사실을 인정할 경우, 사건을 무마할 대안이 없었다는 진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