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SK그룹 부회장이 청와대 측의 89억원 요구가 황당해 박영춘 전무에게 내용을 자세히 살필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김 부회장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공판에서 "(청와대 측이 요구한 액수의 근거) 내용이 아무것도 없어서 내용 좀 따져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최태원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면담 이후인 3월, 박 전무로부터 청와대가 더블루K와 비덱스포츠 등에 대한 지원금 89억원을 요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전날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측으로부터 더블루K 소개자료와 가이드러너 양성학교 설립비 35억원, 해외 전지훈련비 50억원 등 89억원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봉투를 전달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왜 우리한테 요구했느냐 했더니, (박 전무가) '우리만 아니라 부영과 롯데에도 다녀갔다고 한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이후 지시사항을 묻자, 김 부회장은 "몇 가지 지침을 줬다. 칼 같이 따지라고 했다"며 "지급 여부를 떠나서 K재단에 출연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다시 또 다른 단체를 통해 지원해달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펜싱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어서 대충 대표팀 전지훈련 비용을 아는데, 그 내용 좀 다 따져보라고 했다"며 "내용이 아무것도 없어서"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이 "더블루K와 비덱 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라고 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줬는데, 내용이 너무 황당해서 하는 이야기였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