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현장경영, 디지털 플랫폼 강화 등 적극 행보…국민·우리·하나 등 리딩뱅크 맹추격 '긴장'
"보스가 아닌 리더로서 '가라'고 명하지 않고 '가자'고 솔선수범하며 초(超)격차의 리딩뱅크를 이루겠다."
지난 3월 7일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포부다. 그로부터 100일. 위 행장의 대내외 행보는 합격점을 받았다. 안으로는 권위에서 벗어나 직원들과 소통하며 조직문화를 바꾸고, 밖으로는 신성장동력인 디지털·글로벌 금융을 확대해 나갔다. 전체적으로 '초격차의 리딩뱅크'를 향한 첫걸음을 잘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위 행장의 경영 첫 성적표인 2분기 실적에서도 리딩뱅크를 수성할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신한은행 위성호 은행장은 지역 소재 영업점 직원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위 행장이 지역 소재 영업점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신한은행
◆ 노타이(NO-tie), 그리고 조직개편
14일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새로운 슬로건인 '비 더 넥스트(Be the NEXT)'를 선포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이 슬로건을 담은 TV광고를 유투브에 게재했다.
앞서 위 행장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한 파괴적 혁신을 통해 업을 새롭게 재정의하자"는 의미를 담은 '리디파인(Redefine) 신한'을 강조해 왔다. 이런 철학을 담아 최근 광고에는 'NOW(현재)를 넘어 NEW(새로움), NEW(새로움)를 넘어 NEXT(그 다음의 것)'라는 문구가 사용됐다. 위 행장의 혁신적인 경영 마인드가 담겼다.
취임 이후 위 행장은 먼저 조직 내부적으로 혁신 실험을 했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노타이 문화'였다. 직원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유도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원 이미지의 일부였던 넥타이를 과감히 벗어던진 것.
'소통의 장'인 현장경영도 실시했다. 위 행장은 강원·대전·충북·대구·경북·부산·경남·호남지역의 기업고객을 만나 일선 현장의 체감경기를 파악하고 영업현장의 고충과 금융애로 사항을 청취하는 상반기 현장경영 일정을 마무리했다.
금융권이 경쟁적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는 '디지털 금융' 강화에 있어선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빅데이터 전문가로 알려진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선임하고 해당 센터를 본부급으로 격상했다. 외부 인사 영입은 위 행장이 강조하는 '리디파인 신한'의 일환으로, 이를 통해 은행권의 '순혈주의'를 깼다는 평도 얻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관련 업무 본부·부서를 하나의 실무 조직인 '디지털솔루션그룹(가칭)'으로 통합하고 출범을 준비 중이다. 디지털 관련 업무를 하나의 조직으로 결집함으로써 역량을 높인다는 취지다. 디지털솔루션그룹은 부행장급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아래 3개 본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신한은행이 6월부터 'Be the NEXT(비 더 넥스트)' 슬로건이 담긴 새로운 TV광고를 송출한다. 사진은 신한은행 광고 화면 갈무리./출처=유투브
◆'글로벌 마켓' 공략 박차
위 행장은 디지털금융과 함께 글로벌 금융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위 행장은 취임 당시 "국내 금융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의 추진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이 바로 글로벌 마켓"이라며 조용병 회장이 넓혀 놓은 글로벌 영토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신한은행의 전체 수익 중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12% 정도에서 2020년 2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큰 그림도 그렸다.
이에 따라 위 행장은 취임 직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등 신한은행 현지 법인이 있는 동남아 금융현장을 돌며 해외 현장 경영을 실시했다. 한국의 디지털 노하우를 해외 법인에 전수하는 것도 전략으로 삼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종이 서류가 필요 없는 태블릿 브랜치를 '신한베트남 은행'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위 행장의 숨 가쁜 행보에 2분기 실적도 기대되고 있다. 2분기 실적이야말로 위 행장의 경영 첫 성적표이기 때문. 그러나 1분기에 신한은행이 리딩뱅크에서 밀려난 바 있어 2분기 실적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실적에서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 밀렸다. 전년도의 법인세 수익 1900억원의 효과가 사라지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 가량 감소한 5346억원을 기록한 것. 반면 KB국민은행은 6635억원, 우리은행은 637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자수익도 국민은행(1조2640억원), 우리은행(1조2627억원) 다음인 1조1700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