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나쁜 사람'으로 칭하며 인사조치를 지시한 과정이 법정 증언으로 나왔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수첩을 보며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최씨의 딸 정유라 씨가 지난 2013년 4월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에서 2위를 하자, 최씨가 편파판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진 청와대 지시에 따라 문체부가 체육단체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자, 그 원인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당시 최씨 남편이던 정윤회 씨의 이름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유 전 장관은 문체부 실무과에서도 관심대상이 아니던 지방 승마대회에 청와대가 주목한 이유가 정씨의 영향력 때문인 것으로 짐작했다.
같은해 7월 초, 모철민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최씨 측근인 박원호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연락처를 주며 '박 대통령 관심사항이니 담당 과장을 보내 이야기를 듣고 필요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이 과정에서 주사직급 공무원이 해도 되는 감사에 과장을 보내라는 점이 특이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감사 결과를 본 유 전 장관은, 박 전 전무와 반대쪽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협회 전반에 걸친 보고서를 작성해 7월 5일 교문수석실로 보냈다.
그러나 같은달 23일 열린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는 문체부가 아닌 청와대 국정기획실에서 만든 체육관련 개선방안 보고서가 나왔다.
여기에는 박 전 전무 주장과 같은 '임원 10%가 장기 재직해 갈등이 상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 전 장관은 이렇게 국정기획수석실과 청와대 측에서 내용에 대한 상의 없이 보고서를 작성해 회의 때 그대로 보고하게 한 일에 대해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인 8월 21일 대통령 대면보고 때는 박 전 대통령이 수첩을 들여다보며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나쁜사람이라더라'고 말하며 인사조치를 지시했다. 그 자리에는 모 전 수석도 배석했다.
유 전 장관은 "뜻밖이고, 인사 등은 (문체부에) 맡겨주시는 것이 좋지 않냐고 답했다"며 "당장 하면 굉장히 큰 물의가 빚어지니, 묻어놓고 있다가 한달 후에 정기인사할 때 자연스럽게 처리하자(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이유로 유 전 장관과 모 전 수석은 정기 인사 때 두 사람의 자리를 적절히 옮기기로 했다.
그는 "대통령이 부처의 국장 이하를 거론해 이름 기억하는 것은 공무원 생활 중에 기억하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5일, 모 전 수석은 유 전 장관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전화해서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인사조치 했는지 확인하는데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끝내 퇴직했다. 노 전 국장은 지난 9일 문체부 2차관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