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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5주년] 창간부터 15년, 메트로신문은 열린사회의 탄생을 봤다

2002한일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이 열린 22일 오후 서울 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에 수많은 붉은 악마들과 시민들이 모여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랐다면 386세대라고 불렸을 미국교포 P씨는 90년대초 버클리대 재학시절 한국을 찾은 후로 모국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려면 시간이 걸린다. 국민들의 의지로만 되는 게 아니다. 한국은 군사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로 발을 내딛은지 겨우 30년에 불과하다"면서도 한국의 미래에 대해 한국인보다 더 낙관적이다. 지난 대선기간 광화문광장을 지나다 경험한 일 때문이다. 그는 "미 대선 유세현장에서 느꼈던 건강한 열정이 광장에 몰려든 인파에서 느껴졌다"고 말했다.

#4·19혁명을 경험한 70세의 지자체장은 "지난 연말 광화문광장의 촛불이야말로 자신의 인생에서 경험한 최고의 순간"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젊은 시절 "한국의 민주화는 3~4세대 후에 올 것"이라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을 전해듣고 절망했다고 한다. 당시 토인비는 4·19가 일어난 한국을 찾으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영국으로 귀국, 히드로 공항에서 한국의 민주화 가능성을 묻는 한국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지자체장은 이번 광화문광장의 촛불이 이뤄낸 민주주의를 보고서야 토인비의 말을 인정하게 됐다.

메트로신문 창간일에 개막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은 권력자가 아닌 시민이 광장의 주인이 됐다는 시대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권력자를 위한 행사에나 동원되던 광장이 시민들간 소통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15년간 한국적 광장문화는 시민들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단지 정치적 이슈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논쟁거리가 광장으로 모여들었고, 세계를 매혹시킨 한국적 대중문화가 광장에서 꽃피었다. 이렇게 축적돼 온 광장문화의 발전은 지난 연말 한겨울 추위를 녹인 광화문광장의 촛불로 나타났다.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의 장으로서의 광장은 4·19 이후 80년 서울의 봄에도, 87년 6월의 여름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하지만 외부인의 눈에 2002년 이후 한국의 광장은 이성적 소통을 통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광장과는 달랐다. P씨는 "한국은 2002년 이후 훨씬 더 다양한 사회가 되었다"며 "광장문화의 일상화와 함께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SNS의 발달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연말부터 가시화된 한국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는 그 부산물"이라고 했다.

칼 포퍼에 따르면 내·외부와 끊임없는 이성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점진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열린사회다. 지난 15년간의 광화문광장의 역사는 열린 한국사회로 가는 여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 여정은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

미국 대기업에서 일하다 한국 IT업계에서 활약 중인 교포 Y씨는 더욱 열린사회로 가기 위해 한국사회가 두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혈연과 학연·지연에 집착하는 행태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일했지만 혈연·학연·지연을 중시하는 풍토로 인해 원하는 만큼의 관계망을 만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상업화의 논리가 사회적 논의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그는 "제가 일하는 IT분야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공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단점은 무엇인지 다양하게 논의되고 체험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업화된 특정형태나 기업투자와 연관된 특정방향으로만 논의될 뿐 진정한 사회적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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