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내 수색 28일째인 16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서 코리아쌀베지 작업자들이 육상 거치된 세월호 선체 4층 선미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476명을 태웠다가 172명의 생존자를 남긴 세월호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안전한 나라'에 대한 실망이자 약속으로 남아있다. 승객들은 자신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의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믿어 희생당하고, 청와대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히지 않는 등 '믿을 수 없는 나라'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작은 등대(촛불)를 들고 진상규명과 박 전 대통령의 행적 공개를 요구했다.
진통 끝에 구성된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규명 여부를 두고 여야 간 갑론을박을 벌이다 2015년 12월 여당 추천위원 5명이 전원 불참한 '반쪽짜리 청문회'를 열었다.
1년 9개월동안 이어진 특조위 활동은 69% 삭감된 사업비와 수사·기소권이 없다는 한계 속에서 지난해 9월 활동을 마쳤다.
세월호 참사로 재난체계의 부재를 실감한 한국사회는 충격적인 병리현상도 목격했다.
2014년 9월 6일, 광화문 광장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세월호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자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이 인근에서 피자와 통닭을 먹으며 참척(慘慽)의 아픔을 조롱했다.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이처럼 엽기적인 행태를 보이자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얼굴에 먹칠하지 말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시민들이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가 적힌 카드와 촛불을 한데 모아놓았다./이범종 기자
지난해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촛불이 가득차면서 광화문 광장은 다시 세월호를 소리 높여 외쳤다.
사실상 여론이 통과시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탄생했지만, 부족한 수사기간과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로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세월호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한 달 만인 지난달 11일 목포 신항에 거치됐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적폐 청산'을 내건 문재인 행정부가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엿새만인 지난 15일 세월호에 탑승했던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을 지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실망과 기대가 큰 정권교체 시기를 맞은 국민들은,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새 대통령의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공약 이행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