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출범으로 금융권 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문 대통령의 '금산분리 원칙 고수' 입장에 새 정부에서도 은산분리 완화 법 제·개정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P2P업계는 미소 짓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핀테크 산업 육성에 우호적인데다 대선 자금을 P2P펀딩으로 모은 바 있어 간만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벌써 2호 나오는데…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산분리 완화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출 실행,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준수 등을 위해서는 자본금 확충이 필요한데 현 은행법상으론 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이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는 초기 자본금 25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시스템 구축 등에 사용한 가운데, 출범 45일 만인 지난 17일 기준 여신 목표의 77%를 넘어서며 추가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태다.
그러나 현행 은산분리법이 걸림돌이다. 현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10%,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이에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가 추가로 지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단독 유상증자는 불가능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매끄러운 자본 확충을 비롯해 ICT(정보·통신) 기업이 주도해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요청해 왔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보유한도를 34~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2개와 특별법 3개가 계류 중이다. '사(私)금고화' 우려로 인해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은산분리 완화는 새 정부에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재벌 기업을 겨냥해 '금산분리 원칙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기 때문.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를 유지하되 인터넷전문은행의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근 들어 규제 개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계류된 관련 법안은 이르면 6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문재인 펀드' 모집 당시 P2P금융업체인 팝펀딩이 협력 업체로 참여했다. 현재 문재인펀드는 마감된 상태다./문재인펀드 공식 사이트 화면 갈무리
◆ 눈치보던 P2P, 새 정부서 '볕 드나?'
P2P금융업계는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다. 문 대통령이 핀테크(금융+기술) 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고 있기 때문.
문 대통령은 이달 초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송금, 결제, P2P플랫폼서비스 등 모든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국민주 '문재인 펀드' 모집 당시 P2P 금융업체인 팝펀딩이 협력 업체로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펀드는 P2P대출 방식 그대로 펀딩을 진행해 한 시간 만에 완판됐다.
'P2P대출 가이드라인' 등으로 골머리를 앓던 P2P업계의 표정이 밝아진 이유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기준 P2P금융 협회사의 누적대출액은 8680억원으로 작년 5월 보다 약 10배 증가했다. P2P금융업체가 급격히 성장하자 금융당국은 오는 29일부터 개인투자의 연 투자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도입키로 했다.
올해는 P2P대출의 법제화도 기대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해 'P2P대출 법제화를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고 법안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업계와 당국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법안 발의가 미뤄진 상태다.
P2P업계에서는 법제화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제2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나 투자 한도 등은 시행령에서 제한을 둘 수 있는데, 시행령은 금융당국의 소관이기 때문.
한국P2P금융협회 이승행 대표는 "현재 P2P업체는 대부업법에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맞지 않았던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P2P업체를 대출 중개업자로만 보고 규제하려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성과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법안이 P2P업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