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영어, 해사영어, 원자력영어, 승무원영어…진짜 취업영어 따로 있었네
흔히 취업영어라면 토익이나 오픽을 떠올리지만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직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영어가 있다. 각 산업 현장에 쓰이는 전문화된 영어, 이른바 산업영어다. 전
문직 종사자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분야의 산업영어가 자신의 몸값과 처우를 결정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기내에서 일하는 승무원을 생각하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내·외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자연스러운 영어식 표현이 필요하고, 외국 항공사에 지원하는 한국 승무원이라면 그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대우를 받게 된다. 산업영어 교육전문업체인 랭카데미 관계자는 "세계 각지의 승무원들을 채용하는 해외 항공사에서 한국 출신들이 훌륭한 교육배경과 뛰어난 직무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현장에서 사용하는 영어표현이 서툴러 다른 국가 출신들에 비해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영어실력이 요구되는 분야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항공영어는 모든 국제 운항 조종사와 관제사, 통신사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국제 표준 규약을 개발했다.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시험(EPTA)는 항공 종사자들의 영어 청취 능력과 말하기 능력을 평가하는 항공 종사자 영어 능력 전문 평가시험이다. 해사 분야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 지침에 적합한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자력영어, 오일·가스영어가 있다. 현재 세계는 원자력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이라 이 분야 매니저와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업무 능력을 십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영어에 능통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 원전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술자들이 실제 마주치는 현실이다. 이는 가스와 오일 산업 종사자들이 외국 기업의 엔지니어들과 업무상 의사소통을 할 때도 경험하는 현실이다. 건설 분야, 유통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동맹관계인 한국은 군대 역시 전문적인 영어실력을 요구한다. 한국군이 미국으로 군사교육을 갈 때 미 국방성 시험인 ECL을 응시해야 한다. 이 시험은 미국 국방언어학교에서 개발·사용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인데, 미국 군사교육 때만이 아니라 진급시험, 특정직 선발, 해외 파견자, 통역병 선발시험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이밖에 각종 분야에서 일정한 수준의 직업별 영어능력을 요구하며 이를 측정하는 지수까지 존재한다. 렉사일 지수다. 렉사일 지수는 미국 교육연구기업인 메타테트릭스가 개발한 지수로, 전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영어사용능력지수'다. 이 지수는 미국 내 취업시장에서도 활용될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영어권 국가에서 직업군별로 그에 맞는 점수를 요구한다.
가장 높은 지수를 요구하는 분야로는 도급업자(1520), 에너지브로커(1620), 병리학자(1560), 변호사(1530), 판매대리인(1620) 등이 있다. 비교적 낮은 지수를 요구하는 분야로는 환경기사(1230), 건설노동자(1130), 전기기사(1270), 중장비기사(1190), 배관공(1280),간호사(1130), 요리사(1130), 웨이터(1130), 미용사(1290), 소방수(1260), 기계공(1250), 용접공(1130), 중장비운전기능사(1130) 등이 있다. 영미권에서 직업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지수는 1100이다.
이 지수는 세계의 유수 출판사, 다수의 교육기관 등에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