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방 조성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박원순 시장(좌)와 고은 시인(우)/석상윤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시인 고은의 서재가 서울도서관에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는 16일 고은과 '만인의 방 조성 및 작품 등 기증에 따른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 협약으로 고은으로 부터 책상, 서가, 작품 등 무상으로 기증 받아 '만인의 방'을 조성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또 시는 협약 이후 고은의 자문을 거쳐 오는 11월 개관식을 열고 시민 누구나 참여해 시를 쓰는 '만인보 이어쓰기' 등 다양한 참여 행사를 마련할 방침이다.
만인보(萬人譜)는 1986년부터 2010년까지 25년간 4001편의 시를 총 30권으로 엮은 한국 최대의 연작시집이다.
1980년 고은이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됐을 때 구상을 시작해 등장인물만 5600여 명에 달하는 인물백과시집이며 고은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만인의 방 조성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 중 하나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총감독은 "3·1운동은 근대 민(民)의 탄생을 알리는 의의를 가진다"며 "이날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왕토에서 국토로, 왕조에서 민국으로, 백성에서 다시 시민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와 현대를 뛰어넘어 온갖 인간군상을 다룬 '시로 쓴 한국인의 호적' 만인보가 이런 3·1운동의 정신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해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게 됐다"고 만인의방 조성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고은 시인은 "우리가 개미를 보고 이름을 붙이지 않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백성은 본래 최하의 존재였다"며 "우리나라에 새로운 시민성을 깨운 역사적 사건인 3·1운동과 뜻을 함께하는 것은 영광"이라 기쁨을 전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나라가 이처럼 위대한 작가를 가졌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며 "서재를 재현하는 일을 승낙해주신 고은 시인에 감사를 전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