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2005년 이후 최대, 수익률은 1%대…DC형 등 퇴직연금 운용 전략 세워야
#. 직장인 장 모(39)씨는 오랜만에 퇴직연금 운용현황을 확인했다가 수익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 씨는 퇴직금을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적립하고 있었으면서도 오랫동안 방치해둬 수익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반면 장 씨와 함께 입사했던 동료 김 모(41)씨는 가입상품과 운용비중 등을 변경하며 꾸준히 관리한 결과 6%대의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노후 자금'으로 손꼽히는 퇴직 연금이 저금리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수익률은 1%대 중반으로 뚝 떨어진 것. 이에 전문가들은 입사 직후부터 퇴직연금을 관리하고 투자 상품의 저변을 넓히는 등 운용 전략을 세울 것을 조언했다.
◆ 수익률 '뚝뚝'…예금 이자만 못해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147조원으로 1년 새 16.3%(20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 2005년 퇴직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11년 만이다.
퇴직연금은 퇴직금을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확정기여형(DC),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회사가 아닌 개인이 따로 모으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중 DC형은 개인이 직접 퇴직금을 운용하는 만큼 운용자에 따라 퇴직연금 금액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으며, IRP는 퇴직금을 받는 통장으로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유형별로 수익률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은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8년간 평균 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3.63%, 5년간 수익률은 2.83%였다가 지난해에는 1.58%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은행의 평균 수신(예·적금)금리가 1.56% 정도로 은행 예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은행에 주는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수익률은 '제로(0)'에 가깝다.
유형별로는 DB 수익률이 1.68%로 가장 높았으며 DC와 IRP는 각각 1.45%, 1.09%로 나타났다. 원리금보장상품의 연간 수익률은 1.72%, 실적배당형상품은 -0.13%로 집계됐다.
다만 장기간에 걸쳐 적립금이 쌓이고 운용되는 퇴직연금의 특성에 따라 장기 연환산수익률은 5년 2.83%, 8년 3.68%로 2016년 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를 웃돌았다.
◆ 방치된 내 퇴직연금…어떻게?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원금보장형 상품이 대다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 147조원 가운데 89%가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DB형의 경우 회사가 투자손실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원리금보장상품의 운용비중이 95%에 달한다.
이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이 떨어지자 노후 대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대부분의 퇴직자들이 퇴직연금만으로 노후 소득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 아울러 퇴직급여를 중도에 해지하거나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해 수령이 개시된 퇴직연금 계좌 약 24만 계좌 중 연금식으로 선택한 계좌는 3700여 계좌로,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일시금 수령을 선택한 셈이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적정성, 퇴직연금 교육 여부 등을 검사하고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감독하고 있다.
금감원 금융혁신국 김동하 연금검사팀장은 "퇴직연금은 해당 사업자(금융기관)들이 수수료 등에서 특별한 이점이 없어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는데다, 자금에 대한 운용·지시를 해야하는 개인들이 방치하고 있어 수익률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아직까지 국내 정서가 퇴직금은 원금 보장이 반드시 돼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운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고령화 등으로 연금자산이 중요해진 만큼 퇴직 시점과 상관없이 본인의 퇴직연금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