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국 1위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는 올해 전략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P10을 선보였다. /화웨이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1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 오포, 비포의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50만대 늘어난 7790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474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50만대 늘어났다. 세계 시장 증가분 이상을 중국 제조사들이 가져간 셈이다.
이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792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위(22.8%)를 기록했다. 2위 애플은 5160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4.9%를 차지했다. 3·4·5위에는 화웨이, 오포, 비보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화웨이는 3420만대, 오포는 2560만대, 비보는 1810만대를 판매했다.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0.4% 뒤진 22.4%에 달했다.
중저가 시장에 머물던 중국 제조사들은 높아진 판매량에 자신감을 얻고 점차 프리미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화웨이는 P시리즈와 메이트 시리즈로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출시된 'P9' 시리즈는 ▲P9 5.2인치, P9플러스 5.5인치 FHD 디스플레이 ▲화웨이 기린 955 프로세서 ▲P9 3000mAh, P9플러스 3400mAh 배터리 등을 탑재했다. 이 모델은 세계적으로 1000만대 판매에 성공하며 중저가 브랜드던 화웨이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발돋움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지난해 11월에는 '메이트9' 시리즈도 내놨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세계 최초로 탑재한 스마트폰으로도 알려진 이 제품은 갤럭시노트7 단종과 맞물리며 500만대가 판매됐다. IT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안술 굽타 책임연구원은 "갤럭시노트7 단종 한 달여 만에 출시된 화웨이 메이트9이 대안 제품으로 포지셔닝 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9. 메이트9는 갤럭시노트7 단종과 맞물리며 대체제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화웨이
화웨이는 지난 3월 전략 스마트폰 'P10' 판매에 나섰다. P10은 기린 960 프로세서, 4GB 메모리와 64GB의 저장 공간, 3D 얼굴 인식 등의 사양을 갖췄다.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갤럭시S8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국 출시가가 3788위안(약 62만원)으로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오포도 올해 '파인드9'을 선보이며 처음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참전한다. 올해 3분기 출시가 예상되는 파인드9은 스냅드래곤835와 6GB 메모리, 128GB의 저장 공간을 갖추고 4100mAh의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며 체면을 구긴 샤오미는 지난달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6'는 스냅드래곤835, 6GB 메모리, 128GB 저장 공간을 갖췄지만 가격은 40만원대에 그쳤다.
중국 스마트폰은 스펙 대비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도 남아있다. 우선 기업의 신뢰도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여러 부품 공급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웨이는 P10에 성능이 2배 차이나는 플래시메모리를 섞어 사용하며 논란에 빠졌다. P10에는 범용플래시스토리지(ufs) 2.1과 2.0,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5.1 이라는 세 종류의 부품이 혼합 사용됐다. ufs 2.1은 eMMC 5.1보다 두 배 이상 빠르기에 같은 값을 지불하고 느린 스마트폰을 받은 고객들의 항의가 거센 상황이다.
지난해 판매량 급감으로 체면을 구긴 중국의 샤오미는 올해 '미6'로 명예회복에 나선다. /샤오미
소프트웨어 최적화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다. 소프트웨어 최적화는 같은 하드웨어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내는 환경을 구성해주는 일을 의미한다. 가령 갤럭시S8과 미6, 파인드9이 동일하게 스냅드래곤835를 채택했더라도 실제 작동 속도는 제조사들의 최적화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자국 스마트폰들에 대해 "표면적 최적화에 치우쳐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운영체제 개발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아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지적이었다.
특허권 분쟁도 남아있다.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 기업이던 샤오미는 삼성과 애플 등의 특허권을 침해한 탓에 중국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처지다. 2014년 인도에 현지 법인을 냈지만 곧바로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에게 특허 소송을 당하며 스마트폰 판매가 중지된 바 있다. 같은 이유로 한국에도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는다. 일부 수입사들이 총판 계약을 맺고 들여오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 내 성장에 그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특허권 문제를 안고 있다"며 "특허권 분쟁 때문에 해외에 법인을 세우지 못하기에 AS에서도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