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후 은행권 비대면거래 강화 나서…점포·직원수 축소에 갈 곳 잃은 은행원
'힘들게 은행에 입사했더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후 은행권의 '축소 바람'이 본격화되고 있다. 디지털 발달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은행들은 점포와 직원 감축에 시동을 거는 추세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모바일뱅킹과 서비스 등을 내놓으며 대면거래의 비중을 줄인 데 이어, 올해는 상호금융권까지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갈수록 은행원이 갈 곳을 잃는 모양새다.
◆ 비대면 2라운드는 '외국계·상호금융'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은행을 비롯해 우체국 등 상호금융권이 비대면 채널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씨티은행은 최근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통해 전화·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 고객에게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를 도입했다.
고객가치센터는 고객이 비대면 채널로 상담을 해오면 이를 응대하고, 고객집중센터는 은행이 고객의 금융거래 패턴을 분석한 뒤 고객에게 먼저 접촉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70% 가량이 중·장년층인 상호금융권에서도 비대면 채널 강화에 나섰다.
최근 우체국은 최근 스마트뱅킹에서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시행했다.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신분증 촬영, 휴대폰 인증 등을 통하면 비대면 실명인증이 완료돼 은행 방문 없이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기존 계좌이체를 통한 본인 인증방식 이외에도 집배원이 등기우편(본인지정 배달서비스)을 통해 가입증서와 OTP 등을 직접 배달해 본인 인증을 지원한다.
신협중앙회는 지난해 말 비대면 적금상품인 '신협 e-파란적금'을 출시했다. 이달부터는 비대면 실명 인증과 계좌 개설 서비스를 도입, 스마트폰 앱을 통한 비대면 대출도 실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는 MG모바일뱅크 앱을 통해, 수협은 수협은행과 함께 '수협뱅크' 앱을 통해 비대면 대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4대 시중은행 직원수·점포수 1년새 증감률./전자공시시스템
◆ 축소 또 축소…노사 갈등 예상
시중은행에 이어 상호금융권까지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대면 채널인 은행 점포와 직원수는 급감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전체 조회서비스에서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비율이 80.6%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창구거래와 자동화기기 등 오프라인 거래는 15.5%에 불과, 매년 은행 점포와 직원수가 감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신한·KB국민·KEB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직원 수는 6만2569명으로 전년 대비 2.9%(1884명) 줄었다. 같은 기간 점포 수는 3758개로 1년 사이 4.3%(169개) 감소했다.
통합 뒤 세 차례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KEB하나은행의 경우 직원 수가 1년 사이 1139명(7.7%)이 감축됐으며, 위비키오스크 설치 등 비대면 채널 강화에 나선 우리은행은 점포수를 62개(6.5%)나 줄었다.
은행들은 올해도 지점 축소와 인력 감축을 실시할 방침이다.
씨티은행은 점포를 대형화하면서 올 상반기 중 32곳만 남기고 101곳을 줄여야 한다. 이에 약 800명의 직원이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씨티은행은 오는 6월부터 센터당 직원 100명이 근무하는 대형 WM센터를 만들고 여신전담 여신영업센터를 신설해 이동하는 직원들을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고객가치센터와 고객집중센터에도 상당수의 직원을 근무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씨티은행 노조는 "폐점 직원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반발하고 나서 향후 지점축소에 따른 인사 이동 등에 대한 노사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국민·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에서도 올해 500여개 점포를 폐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로 대면 채널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어렵게 경쟁해서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도 "디지털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지만 아직도 점포와 직원을 역할이 큰 만큼 온·오프라인 둘 다 적절히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