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 메모리 인수전에 예상을 넘는 후보들이 몰리면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뜨거운 인수전 열기에도 불구하고 도시바의 상장폐지설과 까다로운 인수 조건 등으로 흥행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사업 부문 입찰에 한국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폭스콘)그룹과 TSMC, 도시바와 제휴관계인 미국 기업 웨스턴디지털(WD),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업체 외에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중화권의 반도체 관련 회사 등만이 참여할 전망했지만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도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매각 가격도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정확인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산케이신문은 도시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예비입찰 때 2조엔(약 20조원)의 금액을 제시한 업체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재팬타임스은 "구글과 아마존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만큼 높은 인수가격을 써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도시바 인수에 뛰어든 것은 사물인터넷과 자율주행차 등의 성장에 힘입어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서버업체들이 하드디스크 저장장치를 빠르고 안정적인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로 교체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반도체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도시바의 뜨거운 인수전 열기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도시바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들 뒤에 중국계 자금이 연결돼 있는지 등을 확인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중화권으로 반도체 기술유출을 우려해 왔던 만큼 도시바가 응찰 기업의 자금조달처를 신중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 출처 계획 정밀하게 심사할 경우 당초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해졌다.
도시바의 상장 폐지설도 계속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2016년 4~12월 결산(미국 회계기준) 발표를 또 다시 연기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두 차례 결산 발표를 연기한 바 있는 도시바가 이번에 또 연기한다면 유례없는 세 번째 연기다.
결산발표를 연기한다면 도시바는 일본 관동재무국에 기한연장을 신청해 승인받아야 한다. 승인을 받지 못하면 8일 이내에 무조건 결산 내용을 발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식 상장이 폐지된다.
또 일본 내 공장과 고용을 유지하라는 도시바의 요구를 매수자들이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반도체 메모리 인수전에 예상보다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인수 제안가 역시 높아졌지만, 도시바의 까다로운 인수 조건에 악재까지 겹치면서 인수 제안가를 그대로 실현할 가능성은 불투명졌다"고 봤다.
한편 도시바는 이달 중 예비 입찰서 응찰한 기업들의 제안 내용을 파악하고 이들 중 유력한 기업을 대상으로 본입찰을 진행한다. 도시바는 이달 중에 본입찰을 거쳐 이르면 5월쯤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