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탕감, 법적 최고금리 인하, 카드 수수료 인하 등 공약…2금융권 타격, 금융시장 혼란 등 우려
오는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포퓰리즘(대중추수주의)' 금융 공약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한국 경제가 가계부채 폭증을 비롯해 국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선 후보들은 부채 탕감,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반시장적 금융 공약을 통해 표심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퍼주기식' 공약들이 향후 금융시장에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 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일단 가계부채부터 잡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대선주자들은 1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가계부채 해법 등이 담긴 금융 정책 공약을 마련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가계부채 3대 원칙, 7대 해법'을 통해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를 도입하고 2금융권으로 주택 안심전환대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빚 갚을 능력이 없는 203만명에 대해선 채무를 탕감해 주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국민행복기금의 회수불능채권 103만명, 11조6000억원과 떠돌이 장기 연체채권 100만명, 11조원 등을 합해 총 203만명에 대한 22조6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감면해주겠다는 약속이다.
같은 당 이재명 후보도 생계형 부채 보유자에 대한 채무를 탕감해 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금융채무 취약계층 490만명에 대해 1인당 약 500만원씩 24조4000억원을 탕감해 신용회복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무 중 재정부담이 없는 신용회복기금 이관분 등 178만건을 우선 상각하고, 1000만원 이내 채무조정신청자 연 25만명과 5년 이상 장기금융채무불이행자 7만명에 대한 빚도 탕감해 준다.
이 밖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더민주 안희정 후보도 가계부채와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포퓰리즘에 우는 '2금융권'
대선주자들의 금융 정책 공약 중 가계부채 다음으로는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및 카드수수료 인하 등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과 카드업계 등 2금융권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문재인 더민주 후보는 임기 중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단계적으로 연 20%까지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의 대선캠프에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제윤경 의원 역시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최근 대선 출마의사를 접은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도 최고금리를 연 19%로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같은 당 손학규 후보도 25%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2금융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만큼 고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게 업권의 특징이기 때문. 아울러 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 오갈데 없는 중저신용자들이 '살인 금리'를 적용하는 불법 사금융에 빠질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대부업 법정최고금리를 34.9%에서 27.9%로 낮추자 저신용 대출자가 같은 해 9월 88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만명 가까이 줄었다.
카드업계도 비상이다. 문재인 후보는 23일 중소가맹점 기준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고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은 수수료를 1.3%에서 1%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도 수수료 인하 공약을 제시했다.
이미 지난해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1.5%에서 0.8%로, 중소가맹점은 2.0%에서 0.7%까지 낮춘데다, 최근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되면서 카드론 수익에 제동이 걸린 상태라 수수료가 또다시 인하되면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포퓰리즘 지속 가능성 평가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오래 지속할 수 없는 포퓰리즘은 국가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정책 도입 단계부터 자원 분배가 효율적인 지 잘 따지고, 시민사회 차원의 모니터링과 토론, 제안 등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