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치솟는 집값에 고금리·다중대출자 속속…1·2금융 신용대출 상승에 대출자들 금리 부담↑
#. 직장인 윤 모(31)씨는 수 억원 대의 새 집을 사기 위해 시중은행에서 연 3.4%의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후 매달 대출금을 갚는데 급급했던 윤 씨는 직장인 신용대출에 이어 마이너스통장까지 만들었다. 이미 월급의 절반 이상을 대출 이자 갚는 데 쓰게 된 윤 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대출 이자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란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치솟는 집값과 금리 상승 기조에 대출자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최근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5%에 육박한 가운데 마이너스통장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도 '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전체 대출자의 30%를 넘어서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신규취급액 기준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9월 4.31%, 11월 4.35%, 올 1월 4.51%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가 있었던 12월(4.44%)에서 1월 사이에는 0.07%포인트나 뛰었다.
마이너스통장대출 신용등급별 금리현황./은행연합회
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생계형 대출'인 마이너스통장의 금리는 6%대 진입에 임박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15개 은행의 마이너스대출 평균 금리는 4.38%로 전월(4.47%) 대비 오히려 0.09%포인트 떨어졌다. 그러나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마이너스대출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마이너스대출 평균 금리가 가장 높았던 곳은 씨티은행(5.92%)으로 금리가 6%대에 근접하다. 이어 경남은행이 5.14%, 대구은행이 5.10%로 5%대를 기록했으며, 전북은행(4.63%)과 부산은행(4.46%)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마이너스통장은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다소 비싸지만 절차가 간단하고 여윳돈이 생기면 언제든 갚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지난해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대출자가 늘었다.
지난 1월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잔액은 총 174조990억원으로 1년새 13조원 가량 늘었다. 이는 2014년(2조원)에 비해 약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서 대부분 변동금리를 적용 받고 있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자의 금리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금리 격차가 더욱 심해 저신용자의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신용등급 7~8등급 기준으로 보면 광주은행은 9.17%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기록했다. 9~10등급에서는 경남은행 13.07%, 대구은행 11.17%, 우리은행 11.13% 등 이 높은 마이너스대출 금리를 나타냈다.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 추이.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9월부터 22.71%, 23.05%, 22.19%, 22.39%, 22.88%로 법정 최고 금리(27.9%)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시중은행과 함께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도 뛰고 있다.
ECOS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2.88%로, 전월(22.39%) 대비 0.49%포인트 뛰었다.
이는 법정 최고 금리(27.9%)와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단순 계산해 보면 저축은행에 1000만원을 빌릴 경우 연 이자로 228만8000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보면 36개 저축은행 중 평균 금리 20%가 넘는 곳이 26개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OSB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가 27.2%로 가장 높았으며 인성 저축은행 26.91%, 조은저축은행 26.89%, 세종저축은행 26.83%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2금융권 대출자 10명 중 8명이 변동금리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현재도 대출 금리가 20%를 넘어서는 가운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원금 및 이자 상환이 어려워진 채무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저금리 기조가 수 개월째 이어지면서 주담대를 비롯해 신용대출을 받는 대출자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올해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변동금리로 고금리 대출을 받은 대출자 또는 다중채무자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