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조치의견서, 금융사를 통한 위탁테스트, 지정대리인 등 추진
금융 당국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규제 부담 없이 시장에 안착시키기 우해 금융규제 테스트베드를 도입한다. 당국은 우선 비조치의견서, 금융회사를 통한 위탁테스트, 지정대리인 등 기존 금융업법 체계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과제부터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금감원, 한은, KDI 등과 '4차 산업혁명 금융분야 TF(태스트포스) 제 1차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규제 테스트베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정 부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ICT, 인공지능 등의 급격한 발전으로 사회 전반에 '파괴적 변화'를 초래하는 기술혁명"이라며 "이는 인간의 생활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업도 탈중개화, 분산형 인프라 체계, 빅데이터 혁명 등 변화의 파고를 맞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빠른 만큼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금융규제 테스트베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당국은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해 기존 법령에 적용대상 규제가 불명확한 경우 '비조치의견서'를 활용해 시범영업을 허용키로 했다.
모바일 카드단말기를 이용한 카드결제 흐름도./금융위원회
적용 사례로 모바일 카드단말기서비스의 경우 판매자의 스마트폰을 카드단말기로 활용할 수 있는 앱이 개발됐으나, 여전법상 모바일 카드단말기에 대한 인증기준이 없어 출시가 불가능했다.
이에 테스트베드를 적용해 금융결제원 공용 VAN을 사용하는 등 안정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모바일 카드단말기의 경우엔 여전법상 단말기 인증을 거치지 않더라도 출시를 허용했다.
당국은 금융위와 금감원 내에 테스트베드 전담부서에서 비조치의견서 전용 원스톱 창구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부서에서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관련한 비조치의견서 발급 수요를 오는 4월 말까지 일괄 취합한 뒤 소관부서 검토를 거쳐 상반기 중 시행가능 여부를 회신할 계획이다.
당국은 또 미인가 개발업체의 경우 기존 금융사에게 자신이 개발한 금융서비스의 사용권을 위탁해 시범영업을 하도록 허용한다.
기존에는 은행고객이 자금을 이체하기 전 수신계좌가 사기거래계좌인지 여부를 확인해주는 프로그램이 비금융업체에 의해 개발됐으나, 금융실명법상 금융기관 간에만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허용됐었다. 테스트베드를 통해 프로그램 개발업체가 은행에게 프로그램 사용권한을 위탁하고 은행이 다른 금융사로부터 고객의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아 사기거래계좌에 대한 자금이체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당국은 산은·기은 등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산업협회 간 위탁테스트 활성화를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한다. 이어 핀테크산업협회 등 신금융서비스 업계와 금융권 간에 업무제휴 협의를 상반기 중 진행해 위탁테스트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지정대리인' 지정 시범 영업 진행 과정./금융위원회
이와 함께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신규금융서비스 개발업체에게는 '지정대리인' 자격을 부여하고, 금융사로부터 본질적 업무를 위탁받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금융위·금감원 소관부서 또는 민간 전문 인력으로 '지정대리인 요건 심의회'를 운영하고 지정대리인 희망업체가 테스트베드 참여 신청서를 심의회에 제출하게 하고 심의회 검토를 통해 지정대리인 자격을 확정한다.
당국은 금융사가 인허가 받은 본질적 업무를 지정대리인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올 3분기 중 업무위탁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개정 후에는 지정대리인 심의회를 구성해 지정대리인 신청업체를 대상으로 심의를 개시한다. 지정대리인 방식까지 시행을 완료하면 1차 테스트베드 사업 성과를 종합 평가해 필요 시 특별법 제정 등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은보 부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 흐름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규제 테스트베드 도입 등 금융규제와 인프라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며 "아울러 핀테크 혁신을 업그레이드하고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금융분야 내 4차 산업혁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세대 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정보취약계층에 대한 소비자보호 강화 및 금융보안 강화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 가능한 역기능에 대한 보완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