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IBK기업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본점./각 사
은행 광고모델로 안정감 있는 남자배우 발탁…인터넷뱅킹 확대에도 '신뢰주는 이미지' 포기 못해
올해 은행권의 광고 전쟁이 서막을 열었다. 지난해 은행들이 10~20대 젊은층 모델을 기용하며 최신 트렌드인 인터넷·모바일뱅킹 거래를 홍보했다면, 올해는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의 배우를 통해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 안정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20대 스포츠 스타부터 60대 중년의 탤런트 등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하는 각양각색의 광고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방송인 송해(90)와 이달 말 광고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새 광고모델로 배우 이정재(45)를 선정했다.
기업은행은 금융시장의 변화에 맞춰 스마트하고 앞서가는 은행의 이미지를 대변하기에 적합한 모델로 이정재를 선택해 강하고 탄탄한 은행, 변화와 혁신하는 은행 등의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기업은행은 스포츠 스타 또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광고모델을 기용하는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노년층인 송해와 5년을 함께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2년 송해를 광고모델로 세워 친근함을 강조하며 중·장년층을 공략했으며, 지난해엔 20대 래퍼 딘딘과 함께 랩을 선보이는 등 젊은 층까지 끌어 모으며 매년 100만명 이상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그러나 송해가 장기모델로 자리매김하자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우려, 마찬가지로 국민적 인지도가 높고 안정적이면서도 젠틀한 이미지의 배우 이정재를 선택했다.
KEB하나은행도 중견배우 안성기(65)를 통해 신뢰감을 강조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옛 하나은행의 모델 김수현과 외환은행의 모델 하지원이 함께 출연하며 '통합'의 이미지를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하나와 외환의 전산 통합까지 마친 이후부터는 국민배우라 불리는 배우 안성기를 통해 신뢰성, 지속성, 대중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존 모델이었던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군에 입대하면서 새로운 광고모델로 배우 남주혁(23)을 선택했다.
그동안 국민은행은 일명 '라이징스타(떠오르는 스타)'를 광고 모델로 선택해 왔다. 이미 인지도가 높고 흥행하고 있는 탤런트가 아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포츠 선수 혹은 가수 겸 배우 등을 기용해 왔다. 피겨여왕 김연아와 배우 이승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연아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 배우 이승기는 20대 초반부터 KB금융지주의 모델로 출연했다. 김연아는 '아시아인의 편견을 딛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이미지'로, 이승기는 외환위기 당시 '지금 희망을 만나러 갑니다' 콘셉트로 어려운 경제에 밝은 이미지로 광고활동을 했다.
지난해에는 평균 연령 10대의 국민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모바일 생활금융플랫폼 'Liiv(리브)' 가입자 수가 6개월 여 만에 100만명을 돌파한 바 있다.
이번에 광고모델로 선정된 남주혁도 최근 예능과 드라마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예배우로, 남주혁을 통해 국민은행의 1인 가구를 위한 'KB일코노미 청춘 패키지'를 홍보할 예정이다. 일코노미는 김난도 교수의 저서인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소개한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를 합성한 신조어다. 국민은행은 'KB일코노미 패키지상품'을 통해 2030의 젊은 고객들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발달하면서 모바일뱅킹 쪽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으나 광고 모델은 은행 전체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상품 보다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유명인을 기용한다"며 "특히 올해는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발랄한 10대,20대 스타다는 안정감을 주는 유명인을 모델로 선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