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 여전히 1%대, 실질적 '제로금리' 수준…대출금리 고공행진에 예대마진 상승 기대
트럼프발(發) 금리 인상 기조에 국내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미국이 이달을 시작으로 연내 3번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반면 부동자금이 쌓이면서 예금 금리는 여전히 '제로(zero)'에 가까워 은행권의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만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4일 기준 시중은행 정기예금(1년물) 금리 현황./은행연합회
◆ 美 금리 움직여도…예금금리 여전히 '바닥'
1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17개 은행이 공시한 32개 정기예금 상품(1년물)의 평균 금리는 1.32%로 집계됐다.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예금통장'이 1.80%로 가장 높았으며, 일부 지방은행·국책은행·외국계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1% 중후반대로 나타났다. 부산은행의 'BNK어울림 정기예금', 국민은행 '국민수퍼정기예금', 하나은행 '행복투게더정기예금', 농협은행 '큰만족실세예금' 등 6개 상품의 금리는 1.1%로 1%를 겨우 넘겼다.
금리 1.1%로 따져보면 은행에 1년간 1000만원을 예치할 경우 연 11만원의 금리가 붙는 셈인데, 이자소득세 15.4%를 제외하면 9만3000원 가량에 불과하다. 여기에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하면 실질적인 금리는 '0'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는 2금융권 저축은행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물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2.04%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14일과 비교해 0.05%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국내 은행의 예금금리는 지난해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낮추면서 저금리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소비자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오히려 부동자금은 최고점을 찍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단기 부동자금은 101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 금고에 1000조원이 넘게 예금이 쌓여있다는 뜻으로, 은행 입장에선 더 이상 자금 조달을 위해 금리를 높일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14일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신용등급별 금리현황./은행연합회
◆ 대출금리 고공행진…은행주 '호호(好好)'
예금금리는 여전히 바닥을 기는 반면 대출금리는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에 발맞춰 고공행진하고 있다.
오는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상에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7년 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1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3.39%로 전월 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8월 2.95%에서 5개월 연속 상승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16%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올라 6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KB국민·KEB하나·신한·우리·IBK기업·NH농협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평균금리는 3.4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3.27%) 대비 2개월 만에 0.18% 오른 수치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4%를 뛰어 넘었다.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07%다.
예금금리는 낮고, 대출금리는 인상되는 기조에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NIM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며 "지표금리 상승과 가산금리 확대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은행주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201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주가 5만원을 넘어섰다. 하나금융 역시 올해 첫날 3만900원으로 시작했던 주가가 최근 30% 이상 급등하며, 2년 6개월 만에 4만원대 벽을 넘어섰다. 신한지주 역시 올 초 4만5300원으로 시작했으나 이날 4만9700원을 기록, 5만원 고지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