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없애고 늦게 퇴근하고…인터넷전문銀 시대, 은행이 살아남는법
창구의 디지털화 추진, 새 행장들 모두 '디지털' 강조…유연근무제, 탄력점포, 무인점포 등 확대
주요 시중은행들이 '디지털화(化)'에 집중하고 있다. 인터넷·모바일의 발달로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는 등 금융 거래의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은행의 생존 전략도 변화하는 추세다. 최근 은행들은 디지털거래 확대를 위해 종이 문서를 없애고 24시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유연근무, 탄력점포 활성화 등 새로운 영업형태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창구' 시행 모습./신한은행
◆ 영업점의 디지털화 가속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빅데이터 활용 등으로 아시아 10대 은행으로 발전시키겠다."(2017년 1월 25일 이광구 우리은행장)
"디지털 혁신으로 강한 은행을 만들겠다."(2017년 2월 21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디지털·글로벌로 초(超)격차의 리딩뱅크를 만들겠다."(2017년 3월 7일 위성호 신한은행장)
올해 연임 혹은 새롭게 취임한 시중은행 수장들은 모두 '디지털'을 강조하고 나섰다. 비대면 거래가 전체 거래의 90%를 넘어서면서 인터넷·모바일을 통한 디지털 서비스를 확장해 운영비는 줄이고 고객은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영업점 방문 고객이 작성하는 각종 서식을 전자서식으로 제공하는 '디지털창구'를 전 영업점에 도입했다. 디지털창구는 '간편서식'과 '모아쓰기' 기능을 도입해 창구에서 금융거래 시 여러 번 이름을 쓰고 서명하는 불편을 줄였다. 입출금통장과 체크카드를 동시에 신규할 경우 종이 문서로 작성하면 총 28회의 서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 반면, 디지털창구에서는 5회 만에 완료할 수 있었다. 소요 시간 또한 15분에서 7분으로 단축됐다.
그동안 은행들이 각 사의 모바일뱅킹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온라인 거래를 유도해 왔다면, 신한은행의 디지털창구는 오프라인 공간이 영업점 창구에서도 디지털을 접목한 셈이다.
이처럼 디지털 금융 거래 유도를 위한 은행들의 시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계좌유지수수료, 창구거래수수료 등을 통해 온라인 거래로 유도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8일부터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계좌유지수수료를 도입했다. 매월 마지막 영업일을 기준으로 면제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달에 월 5000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한 것. 다만 모바일·인터넷뱅킹 등 디지털 채널만을 사용하는 고객 등은 면제된다.
씨티은행 측은 "계좌유지수수료는 수수료수입 확대를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채널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KB국민은행도 비대면채널 활성화 차원에서 창구거래 수수료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왼쪽)지난해 12월 21일 영등포금융센터에 개설한 신한은행의 다섯번째 스마트워킹센터 개소식 모습. (오른쪽)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무인 스마트 점포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를 홍보하고 있다./각 사
◆ '24시간 영업' 향한 은행의 몸부림
은행들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들을 디지털 거래로 유도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내점 고객을 놓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뿐만 아니라 모든 업권에서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서비스 활성화는 필수"라면서도 "하지만 내점고객을 대상으로만 할 수 있는 영업이 있는 만큼 창구거래 고객도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유연근무제와 무인점포 등 다양한 영업 방식을 도입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고객 모두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4월 전국 100여개 지점을 대상으로 오후 7시까지 운영하는 야간영업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업무시간을 양분화해 출퇴근을 조정할 수 있는 2교대 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정식으로 도입해 활성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지난달부터 오는 4월 28일까지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용한다. 총 82개 지점 직원을 대상으로 월 2회 이상 의무적으로 출근시간 10시·11시 자율선택제를 운영 중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 워킹센터 근무·재택근무·자율출퇴근제로 구성된 스마트근무제(유연근무제)를 도입해 활성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은행들은 24시간 영업을 위해 무인 스마트점포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말부터 디지털 키오스크 '유어 스마트 라운지'를 도입해 손바닥 정맥 인증 방식을 이용해 365일 카드 발급 등 100여가지의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를 도입해 홍채·지문·손바닥 정맥 등 생체정보로 대부분의 창구 업무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