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퇴임하며 화합과 상생을 강조했다.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이 권한대행은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 이후 탄핵심판을 이끌었다.
이 권한대행은 조용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관 지명 당시에도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중요시 하는 판결을 내려왔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열린 퇴임식에서 "여성 재판관에 대해 기대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며 "어떤 판단이 가장 바른지에 대한 고민이 좋은 열매를 맺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의 무거운 법복을 내려놓은 그에게 지난 6년은 거센 바람과의 싸움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이라는 자리는 고요하고 평화로워보이지만, 사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였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2013년에 이어 두 차례 소장 권한대행을 맡은 기록을 세웠다. 2013년 이강국 당시 헌재소장 퇴임 후 약 3개월간 권한대행을 맡았다.
그가 몸담은 5기 헌재 재판부는 정당해산심판과 대통령 탄핵심판을 다룬 유일한 재판부라는 기록도 있다.
이 권한대행은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지난 1월 이후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과의 줄다리기를 이끌었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선고일인 10일에는 헤어롤 2개를 머리에 꽂은 채 출근 할 정도로 판결에 집중한 모습이 화재가 됐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이번 선고가 민주주의의 성장통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권한대행은 "우리 헌법재판소는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사회 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보장이라는 헌법 가치를 지키는 진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오늘은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린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이 재판관은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제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화합 생생하길 바란다"며 퇴임사를 마쳤다.
이 권한대행은 1962년 태어나 1984년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같은 해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대전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수원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거쳤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했다. 당시 그를 지명한 사람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다.
한편,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6일 이 권한대행의 후임으로 여성인 이선애 변호사를 지명했다. 이 변호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정식 재판관에 지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