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ISA 비과세 한도·가입대상 확대 등 '시즌2' 추진…은행권 2차전은 '로봇 전쟁' 예상
출시 1주년을 맞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저조한 수익률과 가입자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제도개선을 통한 'ISA 시즌2' 준비에 나섰다. 새롭게 기획 중인 ISA는 혜택을 늘리고 가입 문턱을 낮추는 게 골자다. 아울러 올해 은행권이 본격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ISA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ISA 개정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주요 내용./의안정보시스템
◆ISA 시즌2, '국민통장' 명예 회복할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가입자 범위를 확대하는 등 ISA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올 하반기 중 관계부처간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당초 ISA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바구니(한 계좌)에 담을 수 있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만능 통장', '국민통장'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가입대상이 한정적이고 실질적인 절세의 효과가 크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ISA 가입대상은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자에 한정돼 있다. ISA제도가 활성화돼 있는 일본에서는 전체 가입자의 60%가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노후 대비 금융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국내 ISA는 소득이 없는 은퇴·노후기 고령층이 사용할 수 없어 '국민통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혜택도 부족하다. ISA는 당초 세제혜택으로 주목 받았으나 수익률 자체가 적어 순소득을 내기 힘든 상태다. 현재 ISA 비과세 혜택은 순소득의 최대 200만원(서민형 250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나, 실제로 1000만원을 5년 동안 묶어놔도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은 7만6000원에 불과하다. 또 의무 가입기간 5년인데다 중도인출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017년 제1회 금융발전심의회'에서 ISA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과세 한도를 2배 가량으로 늘리고, 가입대상도 은퇴 노령층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결혼·주택마련 등 긴급 생활자금 수요를 위한 중도인출 허용 등도 고려 중이다.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법률안을 개정해야 하는데, 지난해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국은 올 하반기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연내 'ISA 시즌2'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 2차전은 '로봇 대전' 예상
당국의 ISA 제도개선과 함께 금융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까지 도입하면 ISA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총 25개사의 201개 일임형 ISA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3개월간 0.61%, 6개월간 0.49%에 불과했다. ISA의 수익률 저하는 저금리 기조와 국·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 등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금융사의 운용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익률이 은행 예금 금리인 1%대에도 미치지 못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에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말 일임형 ISA 출시 석 달 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로보어드바이저에게 전부 위임하는 'IBK기업은행 고위험 스마트 MF'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해 인간보다 과감하게 투자하기 때문에 고위험군에서 특히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테스트베드 센터에 따르면 IBK-파운트일임형ISA의 누적 수익률은 1.03%, 위험중립형이 2.96%, 적극투자형이 2.60%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날 기준으로 다른 ISA 상품의 누적 수익률은 1%에도 한 참 미치지 못했다.
이에 국내 시중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4~5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를 먼저 안착시킨 금융사가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ISA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데 수익률 등에서 만족할만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