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2016~2017년 상반기 채용 현황./각 사
시중은행, 상반기 채용 규모·일정·여부까지 미정…수시채용 선호, "내점고객 감소 감안해야"
춘삼월(春三月)에도 금융권의 채용 분위기가 싸늘하다. 보통 2~3월께 상반기 채용을 준비하던 관행과 달리 다수의 은행들이 아직까지 채용 규모와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비대면 거래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은행 창구의 역할이 축소되는 가운데 은행원의 설 자리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상반기 채용을 시작한 곳은 NH농협은행과 Sh수협은행 두 곳 뿐이다.
수협은행은 오는 13일까지 영업점 텔러직군 신입직원 공개 채용을 진행한다. 수협은행은 보통 1년에 텔러직군 공채와 상급 직원 공채를 각각 한 번씩 실시하는데, 이번 채용은 예년과 비슷한 규모의 40명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농협은행도 이달 초 200명 규모의 6급 공채를 시작, 필기시험 등을 거쳐 이달 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에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IBK기업은행은 아직까지 상반기 채용 일정과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상반기 채용을 실시했으나, 올해는 아직까지 일정과 규모 등의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작년 상반기에는 일반직 100여명을 채용한 바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2월 공채를 통해 140명을 충원했으나, 올해는 은행장 인사 등의 여파로 채용 시기가 미뤄졌다. 우리은행은 보통 상·하반기로 나눠 개인금융서비스직(창구직), 개인·기업금융 대졸직군을 각각 채용한다. 올해도 채용 규모는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7월)에만 채용을 실시한 KB국민은행도 상반기 채용 여부나 일정·규모 등을 확정하지 못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인력효율화 작업에 따라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2795명)으로 직원 규모를 줄인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채용 규모는 작년 수준인 240명 내외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말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이후 공채 1기로 500명 가량을 충원했고, 지난해는 9월에만 150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TO(필요 인력)가 발생할 경우에 채용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IBK기업은행도 지난해 9월 하반기에만 190명 규모의 채용을 실시했다. 올해도 상반기 채용 없이 하반기에만 예년 수준의 규모로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수년간 수시 채용만 실시하고 있어 별도의 상·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
이처럼 은행권의 채용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이 비대면 거래에 따른 금융환경의 변화다. 비대면 거래가 전체 거래의 90%를 넘어서면서 창구 거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금융 거래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점포와 은행원의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지점 수는 2013년 말 7585개에서 지난해 9월 말 7121개로 6.1%(464개) 감소했다. 은행 임직원 수 역시 2014년 11만8703명에서 지난해 9월 말 11만5516명으로 2.7%(3187명) 줄었다.
신규 채용 규모 역시 계속해서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금융인력 기초통계분석'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앞으로 1년 이내에 333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3년 조사 때(1977명)와 비교해 6분의 1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거래가 인터넷·모바일로 대체되면서 은행 내점 고객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이런 변화의 추세를 감안해서 인력 수급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