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올해는 양력 3월 5일이다. 입춘 우수가 지나고 모든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인 이즈음 되면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면서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경칩에 대동강물이 풀린다'고 하여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된다는 말로 쓰여 왔다. 국립민속박물관 세시풍속 사전에 따르면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이다. 조상들은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며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다.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는 고로쇠 물을 채취해 마시는 풍습도 갖고 있던 절기다. 경칩을 포함하여 24절기는 각각의 절기에 맞는 자연현상과 절기음식 세시풍속을 즐겼는데 이는 옛사람들의 삶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칩이 발렌타인데이와 비슷한 역할이 있었다고 본다. 지난 2월 14일은 발렌타이데이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었는데 우리예전 풍속에도도 이렇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있었다. 경칩도 그 중 하나였고 정월대보름날 탑돌이라는 것도 있었다. 신라 풍속에도 나오는데 그때는 갇혀 지내던 외출이 없던 청춘남녀들이 탑돌이를 핑계 삼아서 서로 눈을 마주치는 날이기도 하였다. 정월대보름날 탑돌이가 발렌타인데이였던 것처럼 경칩이 바로 그런 날인데 정월대보름에 밤이나 부럼을 깨물고 그 가운데 은행알도 있다. 그럴 때 청춘남녀들이 은행알 한두개씩을 감춰 놓는다. 은행알도 두 면으로 된 게 있고 삼각면으로 된 게 있는데 네잎클로버 비슷한 식으로 생긴 것이 있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동시에 있어야만 열매가 맺는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에 부럼 깰 때 은행알을 한두개씩 감춰 뒀다가 경칩날 사랑하는 님을 만나서 은행알을 주고 받으면서 깨물어 먹으면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나타냈다. 발렌타인 초콜릿 못지않게 한국의 경칩날 은행나무의 로맨스가 있는 날이었다. 봄맞이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전야제와 같은데 경칩이 지나면 혹독한 겨울을 견딘 자연은 화려한 봄의 향연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경칩에서 춘분으로 이어지는 봄의 향연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지만 민감하지 못하면 즐기기 어려운 변화를 보인다. 그야말로 눈깜짝 할 사이 새싹이 돋아나 꽃을 핀다. 그래서 도시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은 화려한 나무꽃이 만개하는 2주일 남짓의 봄을 느끼거나 그나마도 느끼지 못하고 봄을 보내버리기 일쑤다. 경칩날은 밖으로 봄나들이를 나가고 봄바람에 실려온 봄의 향기에 취해보자./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