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을 27일로 미루면서 박 대통령이 시간을 벌게 됐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 과정에서 무더기 증인 신청에 이어 재판관 기피도 시도하는 등 시간 확보에 사활을 건 모습을 보였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22일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들께서 준비시간이 부족하다고 말씀을 해 재판부에서도 여러차례 회의를 거듭했다"며 "2월 27일 월요일 오후 2시로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여부는 26일 결정된다.
박 대통령 측은 애초 이날 기일에 박 대통령의 최종변론 출석 여부를 밝히기로 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권한대행은 "최종변론 기일 하루 전까지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날 헌재가 최종변론기일을 27일로 미루기까지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무더기 증인 신청과 재판관에 대한 도발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박한철 전 헌재소장과 정세균 국회의장 등 20여 명을 추가 증인신청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박 전 소장의 (3월 13일 이전 선고) 발언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며 "박 전 소장을 불러 어떤 취지로 발언했는지 듣겠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에 대한 도발도 이어졌다. 김 변호사는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국회 측이 질문하고 끝낸 것을 뭐가 부족하다고 한술 더 뜨고 있다"며 "오해에 따라서 청구인(국회)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언행을 조심하라"고 경고하자 "그럼 고치겠다"며 물러섰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일주일에 세 번이나 변론기일을 열고 24일 최종변론기일을 주장하는 것은 3월 13일 자기 퇴임 일자에 맞춰 재판을 과속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재차 도발했다. 여기서 '자기'는 이 권한대행을 가리킨다.
급기야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박 대통령 측 조원룡 변호사는 "강 재판관이 소위 쟁점 정리라는 이름 아래 국회가 준비서면이라는 불법적 방법으로 소추의결서를 변경하게 하고, 변경한 소추장으로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헌재법 24조 3항에 따르면,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국회 측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 지연의 목적이 있을 때는 각하할 수 있다는 조문에 따라 각하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피 신청이 소송 지연 목적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신청 받은 법원 또는 법관이 이를 각하할 수 있다.
이에 헌재는 대통령 측 기피신청 심리를 위해 잠시 휴정한 뒤 이를 각하했다.
한편, 국회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파면결정을 피하기 위해 탄핵심판 하루 전에 하야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국회 소추위원측 이춘석 의원은 변론 후 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의 시나리오의 클라이맥스는 탄핵심판 선고 하루 이틀 전에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을 피하기 위해 하야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