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주 LG유플러스 부사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대통령 관심사항'이어서 출연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 부사장은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부사장은 2015년 8월 삼성, 현대차 관계자 등이 가진 조찬 모임에서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가 두 재단 출연금으로 300억원을 요구해 당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검찰이 '당시 박 전무가 '안 전 수석이 연락해 전경련이 두 재단 규모 300억원 출연에 협조해 달라, VIP 당부사항이니 기업들도 알고 있다고 하는데 임원들이 잘 아느냐'고 물어본 적 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시 4대 기업 임원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 당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부사장은 고액 출연을 부담스러워한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보던 중 2015년 10월 박 전무로부터 '3~4일밖에 안 남았다'는 전화를 받은 사실도 증언했다.
이 부사장은 검찰이 '박 전무가 2015년 10월 23일 조찬모임에서 4대 기업 임원에게 설립을 압박하고 곧바로 출연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느냐'고 질문하자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당시 박 전무가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리커창 방한기간 내에 양해각서를 맺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재단이 없으니 청와대에서 27일까지 빨리 만들라고 한다'며 출연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느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이날 이 부사장에 따르면, 박 전무가 "출연기업 10여 곳을 청와대에서 정해줬다"고 말한데다 재단 출연이 대통령 관심사항이어서 거부하지 못했다.
그러나 LG가 동참의사를 밝힌 다음날 박 전무로부터 출연금이 500억원으로 늘었다는 전화를 받아 당황했다. 그러나 이 역시 청와대 지시사항이라 어쩔 수 없이 48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거액을 출연한 LG가 미르 재단 설립 취지와 운영 계획도 몰랐다는 진술도 이어졌다.
이 부사장은 검찰이 '미르 재단 설립 전후에 재단의 설립 목적과 운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 LG 등 출연기업사들이 모여서 자리를 가진 적 있느냐'고 묻자 "없습니다"라고 확언했다.
이 부사장은 '48억원을 출연한 LG가 미르재단 사업에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전경련으로부터 재단 설립 취지 등이 담긴 보고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도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