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출석 여부 등을 살펴 최종변론 기일 변경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측의 '수 싸움'에 제동을 걸었다.
헌재는 20일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요청한 최종변론기일 연기 여부를 22일 변론에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출석하는 데 예우 등 저희가 준비할 부분이 여러 가지 있다"며 "다음 기일 시작 전까지 말씀을 해주셔야 한다"고 대통령 대리인단에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측이 최종변론 기일을 3월 2∼3일로 연기해달라 한 것도 대통령 출석 여부 등을 보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 권한대행은 헌재법 제49조를 들어 소추위원이 대통령을 신문할 수 있다는 설명도 했다. 앞서 박 대통령 측은 헌재에 대통령이 법정에서 별도의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느냐고 질의했다.
당초 헌재가 밝힌 최종변론기일은 24일이다. 대통령 측은 빡빡한 증인신문 일정과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검토 등을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요청한 3월 초 최종변론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 선고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 최종변론 2주만에 결론을 내렸다.
3월 13일이 지나면 재판관 수가 줄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에 이어 이 권한대행마저 퇴임할 경우, 헌재는 7명의 재판관만으로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 제113조에 따라 6명이 찬성해야 인용된다. 7명만 남은 헌재에선 두 명만 반대해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증인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권한대행은 "3회나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해 소환했고 소재도 찾았지만 무산됐다"며 "고씨가 진술한 조서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신문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또 이날 예정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에 대한 증인신문과 증인채택을 철회했다. 김 전 실장 등은 건강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헌재의 이같은 조처는 불필요한 증인신문 일정을 생략해 심판 속도를 늦추지 않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날 헌재가 정한 방침에 대해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재판 진행의 공정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며 반발했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변론 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신문 받는 것이 국격을 위해 좋겠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변호사는 헌재가 대통령 측의 고영태씨 증인 신청과 '고영태 녹음파일' 증거 신청을 모두 기각한 데 대해서도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이 3월 초로 미뤄달라고 요청한 최종변론기일에 대해서는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거듭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