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최근 일부 은행이 신설한 계좌유지수수료 등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주지 않으면 정당한 서비스를 받기 힘들어진다"며 수수료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 회장은 20일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은행연합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의 수수료 신설 문제는 돈을 벌겠다는 관점에서 보는 것 보다는 차별화하겠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 회장은 "그동안 외국 투자자, 언론, 정치권, 금융당국, 시장 등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왜 고객, 상품, 수수료 등을 차별화하지 않느냐는 따끔한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은행의 수수료 부과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시대, 4차 혁명시대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은행별로 다양하게 (정책을 세워 시도해야) 하야 되는 것이 앞으로의 발전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은행에 따라서 계좌유지수수료를 받거나,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새롭게 출범하는 은행은 잔고가 적어도 포인트를 주겠다는 전략 등 은행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는 것.
하 회장은 "우리나라 은행 수수료는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은행이 ATM 기계를 운영하는 데 1대당 연간 155만원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는데, 운영비에 비해 낮은 수수료를 받게 되면 은행이 제공하는 ATM 수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ATM 전문 회사인 롯데, 세븐일레븐 등이 ATM을 제공하게 되면 훨씬 비싼 수수료를 내게 될 것"이라며 "정당한 보상을 주지 않으면 정당한 서비스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은산분리 완화가 절실하다며 은산분리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하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처음부터 절름발이 출발을 할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시장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으로 금융산업 전체의 효율성 향상과 혁신의 촉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 완화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10%(의결권 4%) 이상 가질 수 없게 하고 있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주도적으로 은행을 이끌어가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과 특례법 등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지분을 34~50%까지 보유하도록 돼 있다.
하 회장은 "물론 은행이 재벌이나 대기업, 즉 산업자본의 사금고화 되는 것을 막으려는 은산분리의 기본정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사금고화 우려는 다른 제도적 안전장치를 통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권이 4차 산업사회에 맞는 금융서비스 모델로 하루 빨리 전환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만이라도 은산분리의 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산업의 수익성 저하에 대해서는 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5년(2011~2015)간 금융권 전체의 수익성을 보면 평균 자기자본수익률이 은행 4.7%, 증권 3.5%, 생보 6.3%로 3개업권 모두 글로벌 금융사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아울러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성과주의 문화 정착을 강조했다.
하 회장은 "입사원서만 내면 취업이 가능했던 고성장 경제개발시대에 뿌리내린 호봉제 임금체계는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며 "합리적인 성과주의 문화의 정착은 은행권의 경우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