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이 설립 초기인 재단의 외부 업체 연구용역 발주를 막은 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은 정황을 진술했다.
정 전 이사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이사장은 설립 초기인 재단이 5대 거점 스포츠 클럽 지원 사업 등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려 해 이를 막은 뒤 안 전 수석으로부터 사퇴 통보를 받은 정황을 증언했다.
정 전 이사장은 검찰이 '이사장에 재직하는 동안 노승일 K재단 부장이 증인에게 5대 거점 스포츠 클럽 지원 사업과 가이드러너 육성 사업 등에 관해 외부 업체에 연구용역을 발주한다고 보고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정 전 이사장은 '노 부장이 보고서를 가져와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K재단이 외부에 연구 용역을 주는 일이 걸음마도 못 떼는 아이가 뛰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여 더 이상 말로 못 꺼내게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 전 이사장은 이후 안 전 수석이 전화를 걸어 사퇴하라고 해 불쾌했다는 증언도 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이 2016년 1월 29일 전화를 걸어 특별한 이유도 밝히지 않으면서 처음 만난 곳에서 다시 만나자 했고, 증인에게 대뜸 '너무 잘 알려져 있으시니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하라'고 했느냐'고 확인하자 "네"라고 했다.
검찰이 제시한 검찰조서에서 정 전 이사장은 "매우 불쾌하고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여러 사람에게 자신을 추천받았다고 했던 안 전 수석이 대뜸 자신이 유명하니 사퇴하라고 강요한 점이 납득되지 않아 대꾸도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정 전 이사장은 검찰이 '안 전 수석이 사퇴하라고 한 것이 연구용역 거절 때문이라고 생각한적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