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 보은의 한우 농가에서 다섯 번째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내려진 가운데 '가축병 쇼크'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벌써 국내산 쇠고기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 속에 돼지의 경우 A형 구제역에 완전 무방비인 것으로 나타나 돼지 농가에도 비상이 걸린 것이다.
특히 돼지의 경우 소보다 밀집된 사육 환경 속에서 전국적으로 110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어 A형 구제역이 번질 경우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넘어 양돈 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최악의 '구제역 파동'이 난 이후 구제역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다.
농식품부 가축방역심의회는 올해 1월 상시 백신으로 소 농장에는 영국 메리알사(社)의 2가 백신(두 가지 유형 바이러스 방어 백신·O+A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2가 백신은 'O1 Manisa', 'O 3039' 등 두 가지 균주를 섞어 만든 O형 전용 백신 균주와, A형 전용인 'A22 Iraq'라는 백신 균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비해 돼지의 경우 'O1 Manisa', 'O 3039'를 섞은 O형 전용 단가 백신이 상시 백신으로 선정돼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3가 백신(O+A+Asia1형)을 상시 백신으로 사용했다가 바뀐 것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국내 돼지에서는 A형이 발생한 사례가 없었고, 전부 O형 발생 사례만 있었던 점이 영향을 줬다"며 "소보다 돼지 사육 마릿수가 훨씬 많은 데다 백신 균주를 하나 추가할 때마다 비싸지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8차례 구제역이 발생한 우리나라에서는 A형 구제역이 검출된 것은 2010년 1월 포천·연천 소농가에서 6건이 발생한 것이 유일했다. 나머지 7차례는 전부 O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경기 연천의 소 농가에서 7년만에 다시 A형이 발생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돼지의 경우 구제역에 걸리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양이 소보다 최대 1000 배가량 많아 삽시간에 퍼질 위험이 크다.
현재 국내에 있는 A형 백신은 소 전용으로 수입되는 O+A형 백신뿐이다. 그마저도 현재 정부가 확보한 재고가 190만마리분에 불과해 소 일제접종(283만마리)을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8일 영국 메리알사에 긴급 수입을 위해 재고 확인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회사 측의 회신조차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 보면 구제역 유형이 소면 소, 돼지면 돼지 등 한쪽에만 발생한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이미 A형이 확진된 소에 집중하고, 동시에 돼지 농가로 유입이 안되도록 방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당 1만5653원이었던 한우 1등급 지육가격은 지난 8일 현재 1만7242원으로 10.2% 올랐다. 돼지고기 도매가 역시 지난달 31일 ㎏당 4329원이던 것이 8일에는 4757원으로 9.9% 상승했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AI, 구제역 일일점검회의 및 시도부단체장 회의' 모습./농림축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