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탁업 활성화를 위해 별도의 신탁업법 제정에 나선다. 이에 따라 2009년 자본시장법에 통합된 신탁업법이 8년 만에 다시 분리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법무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탁업 발전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신탁은 고객이 자신의 재산을 맡기면 신탁회사가 일정 기간 운용·관리해주는 서비스로,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TF는 미국·일본에서는 신탁이 세대 간 부(富) 이전, 기업자산의 관리·운용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국내 신탁은 금융사의 타업권 상품 판매 채널로만 국한된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국내 총 신탁자산(344조원)은 금전채권, 부동산담보신탁 등 단순 보관 업무를 제외하면 71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은 원본 손실이 있는 운용형 신탁 위주의 규율을 하고 있어, 보관·관리신탁이나 종합재산신탁의 규율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국은 금전신탁 외에도 다양한 종합재산신탁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신탁업자의 출현을 유도하기 위해 '신탁업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가 신탁업법을 다시 분리하기로 한 것은 신탁이 자본시장법에 묶이면서 여러 재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보관·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불특정금전신탁의 경우 금융권 간 유·불리에 따라 이해대립이 첨예한데다 판매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쟁이 생길 우려가 있어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불특정금전신탁은 어디에 투자할지 미리 특정하지 않고 신탁회사가 돈을 맡아 알아서 투자하는 상품으로, 2004년부터 신규 판매가 금지됐다.
펀드와 같은 개념으로 여러 사람의 수탁재산을 모아 한꺼번에 운용하는 집합운용도 허용하지 않는다.
TF는 이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5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신탁업법을 만들어 내년부터 새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TF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신탁 산업 전반을 성장할 수 있게 하되 특정 업권의 이해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