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 금리가 최고 5%대까지 급등하며 분양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 건설사의 완판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 은행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분양이 생긴 단지는 아예 대출을 엄두조차 못내고 완판된 단지도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 이자를 연 5%대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중도금 대출 이자폭탄'이 현실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분양 후 중도금 납부일자가 임박했으나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중도금 납부 기일을 연기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건설사 중 재무건전성이 최고라는 한 대형사의 분양률 100%를 기록한 아파트도 시중은행이 중도금 대출을 기피해 중도금 납부 기일 연기를 고려했으나 최근 지방은행에서 겨우 대출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은행들의 중도금 대출 기피 현상이 계속되자 지난해 3% 초중반이던 중도금 대출 이자는 현재 5%대로 치솟아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들이 받고있다.
지난해 강동구에 분양한 한 아파트의 경우도 중도금 대출 일자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은행들과의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아파트는 청약에서 3만6000여명이 몰리며 청약 과열이 빚어진 데다 분양도 초기에 완판됐다. 시중은행이 녹록치 않자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로 전환했으나 대출 금리가 연 4.7%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이자가 5%대로 인상되면 주택 담보대출 이자도 버금가는 수준이 될 것이며 대출받기도 녹녹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도금 무이자 대출도 너무 믿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약에 당첨된 한 계약자는 "중도금 대출 납기일이 다가오고 있으나 건설업체의 안내가 없어 걱정만 하고 있다"며 "대출이 어렵다면 중도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을 기피하는 이유는 갖가지다. 100% 분양이 끝났는데도 지방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어떤 은행은 본점의 집단대출 축소 지침이 내려와 있다. 대출한도가 소진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등 각양각색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금리가 5%를 넘기면 분양계약자들이 입주 시점에 대출 이자 부담을 느껴 매물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 감소와 미분양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신규 분양 시장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거래 시장까지 영향이 이어져 주택시장 전체가 경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은행은 은행 나름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최근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가계부채 건전성 확보 방침에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만 큰 타격을 받고 있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