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조카 장시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 등 한때 같은 배를 탔던 이들이 법정에서 '틀어진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일 한 대표는 30년 선후배 사이인 송 전 원장으로부터 광고사 지분 강탈 협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앞서 장씨는 법정에서 최씨의 주장에 반하는 증언을 이어갔다.
송 전 원장과 한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차은택 씨와 송 전 원장의 공판에서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두고 다퉜다. 검찰이 공개한 두 사람의 통화내용에 따르면, 송 전 원장이 '윗분들'을 언급하며 한 대표가 인수한 광고사 포레카의 지분을 내놓을 것을 종용했다.
한 대표는 송 전 원장의 대학교와 직장(제일기획) 선배다. 둘은 부부끼리 만나 식사하고 골프를 하는 등 상당한 친분관계를 30년간 유지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송 전 원장의 장남을 자신의 회사 직원으로 고용하기도 했다.
그러던 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비선을 통한 출세'였다. 한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송 전 원장이 차은택 씨 추천으로 차관급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됐고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윗분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임을 알고 송 전 원장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한 대표에 돌아온 답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형 큰일날 뻔 했다. 빨리 항복해라"였다.
검찰이 내놓은 증거에 따르면, 송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6월 15일 통화에서 한 대표에게 컴투게더의 존립이 위태롭다며 협박한다.
한 대표는 송 전 원장 측과 통화 내용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송 전 원장의 변호인은 협박과 강요를 당하고도 그의 전화에 답변 전화를 한 이유와 두 사람 부부가 통화 이후 모임에 참석한 사실을 따져 물었다.
이에 한 대표는 "포레카 인수를 위해서였고, 당시까지는 친할 때 참석한 부부 모임에서도 축하 하면서 전화로는 포기하라고 해 불쾌했다"고 받아쳤다.
이모 조카 사이인 최씨와 장씨의 틀어진 사이도 지난달 법정에서 드러났다. 최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의 진짜 주인이 장씨라고 주장하는 등 조카에게 책임을 돌렸다. 반면 장씨는 자신과 최씨가 기업을 압박해 영재센터 후원금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최씨 측은 지난달 17일 열린 장씨와 최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첫 공판에서 영재센터의 '실질적 주인'이 장씨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씨 측 변호인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GKL을 압박해 영재센터에 후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를 모두 인정했다. 장씨는 자신이 영재센터 사무총장이 아니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5일 최씨가 사용했다는 태블릿PC를 장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제출한 이후 '틀어진 관계'가 됐음을 보여준 셈이다.
장씨는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자신이 이모인 최씨의 지시에 따랐다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