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회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구두를 만들어 온 '구두 저부공'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구두 저부공은 틀에 봉제된 가죽을 씌우고 건조하는 작업을 하는 제화공을 가리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권혁중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구두 저부공 고모씨 외 15명이 구두 회사 ㈜소다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소다는 피혁제품을 롯데·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는 업체다. 고씨 등은 이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어 근무했으나, 2010년께 노무제공형태를 바꿔 제작물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고씨 등은 자신들이 ▲㈜소다와 제작물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구두를 제작·공급하기는 했지만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여 왔고 ▲종래 자신들이 근로자로서 노무를 제공한 것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다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소다를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의 노만경, 문기주 변호사는 노무제공형태의 변화 경위, 구두의 제조와 생산 공정의 특수성 등을 들어 변호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공한 작업지시서에 따라 원고들의 작업을 관리했음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는 원고와 피고가 제작물공급계약에 따라 이뤄진 대등한 계약주체간의 약정된 업무수행이라고 봐야 한다"며 "이를 원고들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를 위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는 증거 즉,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제화공 9명이 탠디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이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탠디에 종속돼 근로를 제공한 노동자"라며 "회사는 이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바른 관계자는 "이 판결은 소다의 구두 저부공의 법적 지위를 탠디의 구두 저부공과 다르게 본 판결"이라며 "그대로 확정될 경우에는 구두 저부공의 법적 지위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비중 있는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