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비슷한 이유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영장도 기각한 사실이 주목을 끈다.
조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전날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직후 14시간 동안 심문 내용을 검토했다.
'법리상 다툼의 여지'는 지난해 9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받은 신 회장의 영장을 기각했을 때와 같은 이유다. 당시 조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 판단을 받은 9명 가운데 두 번째 기각 사례다.
첫 번째 사례는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다. 그 역시 조 부장판사가 심리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4인방 중 한 명이었다. 조 부장판사는 당시도 "범죄 혐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소명된 피의자의 역할과 실질적인 관여 정도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특검 1호' 영장 청구 사례였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청와대·문체부 핵심 인사 3명의 구속 영장은 줄줄이 발부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단계에서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광고감독 차은택씨에 대해 "범죄 사실이 소명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조 부장판사는 법조계 내에서 철저히 법리만 따지는 원칙론자로 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영장 심문을 마친 이 부회장에게 구치소에서 대기하라고 결정했다. 특검 사무실은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유치 장소로 보기 어렵고, 앞서 특검이 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들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다는 취지였다.
조 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2년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모두 합격한 뒤 1995년 해군 법무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법원행정처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과 서울고등법원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거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