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이 16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경제적 이해관계 등 자신과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 출입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 열람은 인정하면서도 중요 질문에 대해서는 "사생활" 등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최씨가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박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에서 인정한 내용은 ▲청와대에 출입한 적 있다는 사실 ▲정호성을 통해 대통령 연설문을 읽었다는 점 ▲차은택 씨의 이력서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전달한 일 등이다.
반면, 각종 이권개입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고 박 대통령 관련 증언은 "사생활"이라며 입을 닫았다. 세월호 사고 당일 행적에 대해서도 "기억 나지 않는다"고 했다.
◆청와대 출입은 인정 "사생활이라 말 못해"
최씨는 이날 변론에서 청와대에 출입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최씨는 "대통령의 개인적 일을 도와드리기 위해 들어갔다"면서도 그 내용을 묻는 질문에 "사생활"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박 대통령의 의상비에 관련해서는 기존 증언과 다르게 이야기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의상비를 받은 기억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상비를 받은 방법과 횟수 역시 사생활을 이유로 말하지 않았다.
앞서 최씨의 최측근 고영태 씨는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을 대신 내줬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이날 발언은 고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씨의 주장이 맞을 경우,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최씨의 뇌물로 해석될 수 있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의 '경제적 이해관계'도 부인했다. 그는 변론에서 박 대통령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최씨는 대통령의 채무를 대신 갚거나 그와 같이 사업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최씨의 주장은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하려는 특검의 수사에 차질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 등 기업들의 최씨에 대한 특혜가 박 대통령의 뇌물죄로 이어지려면, 두 사람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인사 개입 "김기춘 몰라" 세월호 행적 "기억 안 나"
정부 인사 개입 의혹을 부인한 최씨는 세월호 사고 당시 행적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 연설문 등을 받아 수정하거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연설문은 감정 부분만 다뤘고,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차은택 씨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추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기춘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차씨의 이력서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주었느냐는 물음에 "그랬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차관으로 추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이력서를 정호성에게 보낸 적은 있지만 직접 추천은 안 했다"고 했다.
최씨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등에 대해 "추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서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그는 국회 소추위원단 측이 "(세월호 참사 당일 시장에서 고영태씨와) 통화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느냐)"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참사 당일 청와대 안팎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최씨는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세계일보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 정씨와 '문고리 3인방'이 국정을 농단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후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추가 보도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